기묘하게 음습한 분위기의 '데리'라는 마을, 아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비 오는 날 종이배를 들고 나간 어린 동생 '조지'마저 실종되자, 조지의 형 '빌'과 친구들이 그 뒤를 쫓는다. 빨간 풍선을 든 피에로 모습으로 주변을 맴돌던 '그것'이 아이들을 잡아먹는 괴물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스티븐 킹 원작의 공포 영화 '그것'(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이 지난 6일 개봉한 뒤 박스오피스 2위로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초 개봉해 2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은 '애나벨: 인형의 주인'에 이어, 공포 영화로는 연타석 깜짝 흥행 중이다.
심장 약한 사람은 접근 금지. 깜짝 놀라게 하는 음악과 효과음, 기괴한 괴물 형상 등 장르 공식에 충실한데, 그 공포가 꽤 강렬하다. 악소문을 퍼뜨리는 이웃, 이유 없이 괴롭히는 상급생, 가정 폭력…. 아이들의 주변은 두려운 일로 가득하고, '그것'은 늘 아이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공포심을 격발하는 형태로 자신을 드러낸다. 학교 폭력을 보고도 어른들이 모른 체 지나칠 때, 괴팍한 아버지에게 모욕당했을 때, 어김없이 빨간 풍선과 '그것'이 나타난다. 마음속 공포의 정체는 실은 공포 그 자체이며, 극복할 수 있는 건 결국 자신뿐이라는 메시지도 평범하지만 힘이 있다.
이 영화는 또, 단순히 소년소녀 공포물에 머물지 않고 '성장 영화'의 이야기 구조까지 갖췄다. 괴물에 맞서며 마음의 키가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에선 같은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스탠드 바이 미'가 떠오른다. 극중 소녀가 화장실 세면대에서 솟구쳐나온 피를 뒤집어썼을 때, 친구들에겐 보이는 그 피를 소녀의 아버지는 인식하지 못하는 장면이 특히 의미심장하다. 아이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것은 결국, 그 고통의 참모습을 외면하는 눈먼 어른들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다. 기성세대의 논리를 강요하기에 급급한 어른들 대신, 소녀의 친구들은 공포에 질린 소녀를 위로하며, 함께 화장실에 가득한 핏자국을 닦아낸다. 상영시간 135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