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별세한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가 1년쯤 전 퇴임 인터뷰에서 “요즘엔 너무 우울해서 예전보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마 전 교수는 작년 8월 정년퇴임 직후인 10월 연세대 학보인 ‘연세춘추’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디에서든 강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기회가 생기지 않아 많이 아쉽기도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 전 교수는 강단을 떠나게 된 소감에 대해 “교편을 잡았던 시간 동안 우여곡절이 너무 많았다. 착잡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다”며 “무엇보다 학생들과 헤어지게 된 것이 무척 서운하다”고 말했다.
대표작인 ‘즐거운 사라’ 등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지시를 묻는 질문에는 “인간 내면세계 가운데 중요한 요소가 성(性)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감추려고 한다. 감춘 것을 벗겨내야 성에 대한 무지로 벌어지는 비극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에 대한 우리의 시선과 문화를 바꾸고자 했던 것인데 탄압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1989년과 1991년에 각각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 출판한 뒤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학교 본부의 징계를 받고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까지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이러한 작품을 쓴 것이 후회되지는 않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후회한다. 그러한 작품들 때문에 많은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그 전에 집필했던 ‘권태’도 ‘즐거운 사라’만큼이나 야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즐거운 사라’만 표적의 대상이 됐다. 당시 우리나라가 성에 대해 문화적으로 개방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착잡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선 “우선 올해 시집이 하나 발간될 예정이고, 내년 초에는 소설이 나오게 될 것 같다”며 “하지만 향후 문학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엔 너무 우울해서 예전보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