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여중생들이 지난 1일 다른 여중생을 폭행한 사건이 4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부산 여중생 폭행'이 올랐다.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여중생의 사진을 보며 많은 사람이 공분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일종의 보복극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학생들은 지난 6월 같은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 가족은 "당시 가해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는데, 이들이 이번에 앙갚음을 한 것"이라고 했다.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인 여중 2학년 A(14)양은 지난 6월 29일 오후 2시쯤 부산 사하구의 한 공원과 노래방 등지에서 여중 3학년 등 5명에게 얻어맞아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A양이 가해 여학생 중 한 명의 남자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이 구타 이유였다.

지난 1일 부산 사상구 한 골목에서 여중생들이 또래 여중생을 집단 폭행하는 장면이 CCTV 영상으로 공개됐다. 가해 여중생 중 한 명이 엎드려 있는 피해자에게 발길질을 하고 있다(왼쪽). 가해자들은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 가해 학생들은 2개월 전에도 피해 여중생을 폭행했었다.

[소년법, 만 18세 미만에는 사형·무기징역 불가]

A양의 어머니는 사건 다음 날인 6월 30일 오후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양은 7월 6일 오전 조사를 받기로 했지만 경찰서에 가지 않았다. 이즈음 가출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같은 달 12일부터 지난달 11일 사이 A양의 집으로 3번 출석을 요청하는 우편을 보내고 수차례 전화를 했다. 지난 1일엔 학교에도 전화를 걸어 A양을 찾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이 학교로 전화했던 1일, A양은 선배 여중생들에게 또 폭행당했다. 친구가 만나자고 해서 오후 8시 30분쯤 부산 사상구 한 공장 앞 인적이 드문 도로로 나갔더니 지난 6월에 자신을 때렸던 가해 학생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2명은 벽돌·소주병·알루미늄 사다리·의자 등으로 1시간 반 동안 A양을 때리고 발길질해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나머지 2명은 이를 방관했다. 길에 쓰러졌던 A양은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치료를 받고 있다.

사건 직후 소셜미디어엔 A양 어머니의 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가해자들은 A양 가족이 2개월 전 경찰에 고발한 것에 대한 복수로 저런 악행을 저질렀다"는 글을 올렸다. 또 "작은 체구의 아이가 현재 입안 3곳과 머리 3곳을 꿰맸으며, 등에는 담뱃불로 지진 흔적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어머니 한모(36)씨도 한 언론에 "우리가 2개월 전 폭행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더니 가해 학생들이 '잡히면 죽인다'고 지속적으로 협박했다"면서 "이번에 가해 학생들끼리 '피 튀기는 게 좋다' '어차피 살인미수인데 더 때리자'라고 말한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6월에 벌어진 폭행 신고와 관련해선 "그동안 피해자 측과 연락이 되지 않아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사건이 커지자 "피해 여중생에겐 스마트워치(위치추적기)를 지급하고, 학교폭력전담경찰의 보호를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가해 여중생들의 잔혹한 폭력이 논란이 되면서 4일 청와대 홈페이지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들을 어리다고만 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글과 함께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소년법 적용 대상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청원이 빗발쳤다. 4일 오후 8시 현재 4만7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청와대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기까지 했다.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 소년범의 최대 형량을 징역 15년으로 제한한다. 다만 미성년자유기·살인 등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법원이 20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검찰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김모(17)양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검찰은 김양과 범행을 공모한 박모(19·1998년생)양에겐 김양보다 훨씬 무거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