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시딘이나 마데카솔, 안티푸라민 등 많은 가정에서 구비해놓는 연고가 있다. 일명 한국의 '국민 연고'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치료 효과도 높아 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다.

['상처엔 후~' 한국인의 약 이야기]

국민 연고는 다른 나라에도 있다. 해외여행이 보편화하면서 외국 국민 연고에 대한 구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여행 국가의 국민 연고를 구매할 때 입소문에 의존한다. 외국어로 적힌 제품 정보를 읽기가 쉽지 않아 남들이 쓴 "효능이 좋았다"는 평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다. 나라별 국민 연고의 성분과 효능, 사용법, 부작용 등 기본적이지만 필수적인 정보를 정리했다.

오로나인H 연고(OronineH Ointment)는 일본 오츠카(大塚製薬) 제약회사에서 1953년 처음 생산한 이래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피부질환 치료제다. 주요 성분은 글루콘산 클로르헥시딘(Chlorhexidine Gluconate)으로 세포막에서 강력한 살균 작용을 한다. 내성균이 잘 생기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대부분은 오로나인H 연고를 가벼운 화상, 찰과상 등 상처 난 곳에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바른다. 살균력 때문에 붉게 올라온 여드름에 바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식품의약청(FDA)로부터 글루콘산 클로르헥시딘이 일부 예민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 두드러기, 발진, 또는 얼굴이나 목이 부어오른다. 호흡할 때 소리가 나는 천명음이나 호흡 곤란, 쇼크 등 생명에 위험한 증상도 보고된 바 있다.

오로나인H 연고는 상비약이므로, 부위가 광범위하고 깊은 피부질환 환자는 사용하기 전에 전문의 상담을 받는다. 거즈나 탈지면 등에 묻혀 바르는 것이 좋으나 깨끗하게 씻은 손으로 발라도 된다. 눈이나, 귀, 코 등 몸속에 들어갈 수 있는 부위에는 바르지 않도록 한다. 특히, 임산부는 신생아나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오로나인H 연고를 보관할 때는 용기를 밀폐한 다음 습하지 않은 실온이 적절하다.

지금은 싱가포르 기업 후바오(胡豹)에서 생산하는 타이거 밤(Tiger Balm)은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 연고'라고 불린다. 타이거 밤의 기원은 19세기 말 미얀마에서 생산된 해충에 대한 피부 치료제인 '만금유(萬金油)'였다. 1910년대 들어 제약사 경영자의 이름을 따 '타이거 밤'으로 제품명이 변경되고, 동남아시아로 판매망이 점점 넓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1년부터 태광약품판매㈜에서 정식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타이거 밤의 주요 성분은 박하유(Peppermint oil)와 정향유(Clove oil), 카쥬풋유(Cajuput essential oil) 등으로 모두 식물에서 얻은 천연물질이다. 타이거 밤이 특유의 청량감을 가진 것은 박하유 때문이다. 또, 박하유는 모기 물린 데 가려움증을 완화하면서 그 향이 모기를 쫓는 효과가 있다. 정향유도 해충 기피제 역할을 한다. 카쥬풋유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각종 통증을 일시적으로 개선한다. 관절통과 근육통이 있는 어르신들이 타이거 밤을 많이 찾는 이유다. 타이거 밤을 발랐을 때 두통이 완화되기도 하는데, 카쥬풋유의 '아로마테라피(향기 요법)'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카쥬풋의 풀냄새 같은 향이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

그러나, 타이거 밤이 천연 물질로 제조돼 위해성이 낮다고 해도 영아와 어린이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목 경련, 호흡 곤란, 무호흡 등의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임산부 역시 사용을 피하도록 한다. 타이거밤은 사용 후 용기를 닫은 채 25도 이하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루카스 포포 연고(Lucas' Papaw Ointment)는 호주 브리즈번(Brisbane)에 연구소를 둔 Lucas' Papaw Remedies라는 회사명이 연고 이름 앞에 있어야 진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루카스 포포 연고는 세계 유명 모델인 미란다 커(Miranda Kerr)가 애용해 관심을 끌었으며 '미란다 커 크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호주 현지 사람들은 루카스 포포 연고를 얼굴, 입술, 발바닥, 팔꿈치 등 건조한 부위나 튼 살 어디든 바른다. 루카스 포포 연고의 주요 성분이 수분 증발을 막아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열에 달아오른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높아서다. 파파야 열매추출물, 검양옻나무열매왁스(Rhus Succedanea Fruit Wax), 캐놀라오일(Canola Oil), 비즈왁스(Beeswax), 글리세린(Glycerin) 등 모두 보습에 강하면서 피부 손상 위험도가 낮은 물질이다.

다만, 햄·마가린·말린 과일 등 식품 방부제로도 쓰이는 포타슘소르베이트(Potassium Sorbate)가 소량 포함돼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은 주의한다. 고온에서는 포포 연고가 액체로 녹기 때문에 30도 이하 온도에서 보관한다.

미국 현지 의사들이 최고 제품으로 꼽은 가정용 연고는 네오스포린(Neosporine)이다(지난 2014년 미국 의사 1만 5260명 대상으로 'The ProVoice Survey' 조사). 주요 성분은 바시트라신(Bacitracin)과 네오마이신(Neomycin)·폴리믹신B(Polymyxin B)로, 세 가지 모두 항생 물질이다. 즉, 가벼운 찰과상과 화상 등 상처 부위에 네오스포린 연고를 바르면 세균 감염을 막고 염증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네오스포린 연고에 항생제가 들어 있어 다른 약물을 투입 중인 사람이나 임산부·임신 가능성이 있는 사람, 2세 미만 영아는 이를 사용하기 전에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상처가 난 국소 부위에만 바르고, 전문의 진료를 받지 않는 한 넓고 심한 상처에는 바르지 않는다. 네오스포린 연고를 바른 후 가려움, 두드러기, 발진, 가슴 압박, 호흡 곤란, 부기(浮氣) 등이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것으로 사용을 중지한다. 극단적으로는 항생제 속 독성 탓에 신장 장애, 난청 등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네오스포린 연고가 여드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은 설(說)에 불과하다.

네오스포린 연고는 20도~25도 상온에서 보관하고 유통기한을 준수하도록 한다. 유통기한이 넘었다면 버린다.

비판텐(Bepanthen)은 독일 바이엘(Bayer) 공장 1곳에서만 생산해 100여 개국으로 수출될 정도로 다국적 제약사의 저력을 보여주는 피부 재생 연고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엄마들 사이에서 기저귀 발진 연고로 유명하나 독일 현지와 용량 대비 가격 차이가 커 직구*, 공구*에 나서기도 한다.

주요 성분은 덱스판테놀(Dexpanthenol)과 클로르헥시딘디글루코네이트(Chlorhexidine Digluconate)이다. 덱스판테놀은 가벼운 화상·상처·피부염증뿐 아니라 아기 기저귀 발진과 산부의 유두균열을 치료하는 데도 사용한다.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로 피부가 그을렸을 때도 진정 효과가 있다. 클로르헥시딘디글루코네이트의 경우 살균보존제로 상처 부위의 오염물을 제거하고 연고의 변질을 방지한다.

덱스판테놀은 비타민 B5의 일종인 판토텐산(Pantothennic acid)의 유도체*로 안전성이 높다. 하지만, 감염성 피부질환이나 삼출성 피부질환(염증으로 피의 성분이 맥관 밖으로 스며 나오는 것) 환자는 사용하지 않는다. 산부가 유두에 바를 때는 수유 직후 바르도록 한다. 비판텐 연고에 제한된 양이 포함됐기는 해도 클로헥시딘디글루코네이트가 홍반, 부기, 알레르기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이 성분에 과민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비판텐 연고를 사용하고 나서는 뚜껑을 닫아 25도 이하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 직구와 공구: 직구는 직접 해외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 공구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공동 구매하는 것.
**유도체: 약효를 높이기 위해 화합물의 구조 중 일부를 변경한 것.

비아핀 에멀션(Biafin Emulsion)은 2도 화상까지 치료가 가능한 연고다. 프랑스의 많은 가정들은 비아핀 에멀션이 화상 치료는 물론 피부 재생 효과가 좋아 구급약 목록에 빠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고려제약㈜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가격이 다른 화상 치료 연고에 비해 높다.

주요 성분은 트롤라민(trolamine)으로 피부 조직을 구성하는 한 성분인 콜라젠(Collagen)의 합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콜라젠의 양이 충분해야 피부 손상이 개선되고, 피부 탄력 역시 높아진다. 비아핀 에멀션의 제형이 일반 로션처럼 묽은 편이라 가벼운 화상에는 부드럽게 펴 바르면 된다. 그러나, 2도 화상부터는 드레싱(Dressing, 거즈나 패드로 상처를 덮어주는 것) 처치가 필요할 수 있어 비아핀 에멀션을 사용하기에 앞서 의사나 약사의 지침을 따른다.

비아핀 에멀션에는 살균제가 들어있지 않아 상처 부위를 소독한 후 바른다. 두껍게 바르되 충분히 흡수될 때까지 마사지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인다. 바른 직후에는 따끔거림을 느낄 수 있는데, 보통은 10분~15분간 일시적이다. 보존제로는 포타슘소르베이트와 파라옥시벤조산메틸나트륨(Methylparaben Sodium),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나트륨(Propylparaben Sodium) 등이 쓰여 일부 예민한 사람에게는 알레르기가 유발될 수도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멍, 근육통, 관절염 등에 효능이 있는 연고인 무어멜트 살베(Murmeltier Salbe)가 국민 연고 대열에 올라있다. 이는 알프스 지역적 특성에서 비롯됐다. 고산지대에서는 관절과 근육 사용이 많아 이와 관련한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이 발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무어멜트 살베는 '두더지 크림'으로 불린다. 무어멜트 살베의 주성분이 다람쥐과에 속하는 동물인 마못(Marmot)에서 추출한 지방인데, 마못을 우리나라에서 두더지로 오해해서다. 마못 오일은 뼈 형성에 필수적인 비타민 D와 근(筋)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비타민 E가 풍부해 근육통과 관절염 등에 효과적이다. 연고의 최대 효과를 느끼려면 취침 전 아픈 부위에 연고를 따뜻해질 때까지 문질러 바른다. 이 밖에도 무어멜트 살베에는 비즈왁스와 글리세린이 들어있어 건조한 부위에 바르면 수분 증발을 막고 보습에 좋다.

다만, 연고의 질감을 부드럽게 하는 유동 파라핀(Liquid Paraffin)과 연고의 변질을 예방하는 메틸파라벤(Methylparaben), 에틸파라벤(Ethylparaben)의 성분은 위험도가 높아 눈·코·귀·입 등에 가까이 바르지 않는다. 특히, 유동 파라핀이 류마티스 관절염과 당뇨병, 대상포진 환자에게는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어 사용을 삼가야 한다. 메틸파라벤과 에틸파라벤은 호르몬 교란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무어벨트 살베의 장기간 사용을 피한다. 최대 21일간 사용했다면, 최소 7일은 바르지 않는다. 무어멜트 살베는 뚜껑을 닫은 채 서늘한 곳에 두거나 냉장 보관해도 된다.

오랜 기간 생산되거나 많은 사람이 사용해 '국민 연고'라는 별칭이 있어도 연고마다 사용에 주의할 성분이 포함돼 있다.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과민하면, 가려움증·발진·부기 등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 않고 호흡 곤란과 같은 자칫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난다. 국민 연고를 구매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부작용이 일어나는 성분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도록 한다.

□ 그래픽 신현정

□ 참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약학정보원
Drung.com
각 연고 제조사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