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아내를 ‘모시고’ 살았으면 충분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덴마크 여왕의 남편으로 ‘왕자’로 불리는 헨리크 공(83)이 자신에게도 ‘왕’의 호칭을 주지 않으면, 죽어서는 여왕과 나란히 묻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덴마크 매체 BT 등이 3일 보도했다.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77)의 남편인 헨리크 공의 공식 호칭은 ‘배우자 왕자(Prince Consort).’ 그의 주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性) 평등 국가인 덴마크에서 여왕의 배우자인데 왜 자신의 호칭은 ‘배우자 왕(His Royal Highness King Consort)’가 아니냐는 것이다.
덴마크 왕실 관계자에 따르면, 프랑스 출신인 헨리크 공은 ‘왕자’에 즉위한 이래 ‘여왕’인 아내보다 자신의 지위가 낮은 것을 수차례 불평했다고 한다. 왕실 대변인은 “헨리크 공은 자신이 원했던 지위를 얻지 못했고, 아내와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한 것이 늘 불만이었다”며 그의 이런 결정은 ‘예상했던 결과(natural consequence)’이자 일종의 ‘시위’라는 것이다.
헨리크 공은 2015년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Le Figaro) 인터뷰에서도 “여왕의 남편인데, 왜 ‘폐하(Majesty)’가 아니라 ‘전하(Highness)’로 불려야 하느냐”며 덴마크 왕실의 ‘차별 대우’를 말한 적이 있다.
덴마크 헌법은 국왕이 여성이면, 남편에겐 ‘배우자 왕’이 아닌 왕자의 지위를 부여한다. 왕이라는 호칭이 여왕보다 지위가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출신인 헨리크 공은 영국 런던에서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을 만나 1967년 결혼했다. 두 아들을 뒀고, 작년에 공식 업무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덴마크 인들은 헨리크 공의 이런 시위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난 2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 에든버러 공(왕자)이 지위에 대한 불만 없이 공식 업무에서 은퇴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로스킬레 대성당에 자신과 묻히지 않겠다는 남편의 결정에 대해 “존중하고 받아들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