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64)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승마협회장 취임 이후 협회에 큰 관심이 없었고 최순실(61)씨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최씨의 영향력을 알게 됐으나 뇌물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을 쏟아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주장을 ‘조작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3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공판을 열고 박 전 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박 전 사장이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법정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 회장이었던 박 전 사장은 “승마협회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스포츠 관련 일은 하지도 않았고, 취임 이후에도 승마협회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런 사태(국정농단)가 터져서 승마협회가 부각됐지만 내가 당시 담당한 대외 업무가 8개에 달했다”며 “스포츠단체장은 퇴임을 앞두거나 퇴임한 사장이 명예직으로 하는 것이라서 협회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박 전 사장은 최씨의 영향력을 처음 인지한 것이 2015년 7월이라고 증언했다. 당시 독일에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박 전 사장은 “굉장히 놀랐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또 “지난해 5월 말 에티오피아 순방에 동행했을 때 박 전 대통령과 악수했는데 이후 최씨로부터 ‘악수 잘 하셨냐’는 말을 들었다”며 “대통령이 건재하는 한 (최씨와) 관계를 단절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박 전 사장은 앞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 전 차관의 증언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없는 조작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차관은 ‘삼성이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할 준비가 돼있는데 출산으로 인해 지원을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는 등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
박 전 사장은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은 나와 만난 자리에 누가 나왔는지도 특검 수사때와 법정에서 엇갈린 주장을 했다”며 “진실성의 기본 요소가 결여된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사장에 대한 특검팀의 주신문은 이날 자정쯤 끝났다. 재판부는 변호인 반대신문을 1일 오전에 이어서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