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24일만에 3000㎞ 늘어…]

북한이 지난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 동북아 안보 지형은 변곡점을 맞게 됐다. 북 미사일은 지난 4일 발사 때보다 900㎞ 이상 높은 3724㎞까지 올라갔다. 고각 발사 아닌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만㎞를 넘는다고 한다. 이제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갖춘다면, 미국 동부의 뉴욕, 워싱턴 DC에 북 핵폭탄이 떨어질 수 있게 된다. 북한은 조만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6차 핵실험도 감행할 것이다. 하나하나가 충격적인 사태다.

북 ICBM은 표면상으론 미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실제 노리는 것은 우리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자신을 향해 핵 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상대를 무시할 수 없다. 이미 하와이주는 북핵 대피 훈련도 시작하기로 했다. 미국인의 불안감이 커지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전격적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심각하다. 미·북 담판은 본질적으로 한국의 배제나 들러리화를 의미한다. 우리 없이 실질적으로 미·북이 한반도 문제를 결정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 의제로는 평화협정이란 이름 아래 한·미 동맹 종료, 주한 미군 철수나 사실상의 무력화가 포함될 수 있다.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앞으로 한반도 군사 충돌 발생 시 미군의 한반도 증원은 매우 어려워진다. 미국민이 북 핵미사일이 날아올 것까지 각오하고 대한(對韓) 군사 지원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기는 힘들다. 이 모든 상황이 김정은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선제공격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미 태평양 사령부가 북에 대한 해상 봉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하기도 한다. 이 경우 우리 안보와 경제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는 아무 근거도 없이 '완전한 북핵 폐기' 합의 도출 시점을 2020년으로 제시했는데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을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김정은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0%'라는 것은 '주장'이 아니라 '사실'(팩트·fact)이다.

이제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공포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정은이 섣불리 행동하면 자동적으로 파멸한다는 사실이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자명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서에 불과한 미국의 핵우산은 공포의 균형에 역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핵 피해 가능성을 무릅쓰고 우방을 돕는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반입과 핵사용 결정권의 한·미 공유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대한민국 자체적으로 공포의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럴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

대북 제재는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제대로 실시된 적이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얘기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대북 제재는 북한 사회에 미치는 실질적 심리적 효과가 있다"고 증언했다. 대북 제재는 단기적 시각이 아니라 10년, 20년 이상 북의 숨통을 죈다는 각오로 추진해야 한다.

북이 도발한다고 대북 협상론 자체를 폐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안했던 새 정부는 대형 도발이라는 응답을 받았다. 또 새로운 대북 대화 제안을 하기 직전이었다고도 한다. 협상 전략을 갖고 있되 북한 집단에 대한 낭만적 환상이나 미련은 확실히 버려야 한다. 협상을 냉철하고 현실적인 안보 전략의 일부로 재인식해야만 북에 속지 않는다. 북 ICBM은 1990년대 이후 한·미의 대북 정책이 결국 실패했으며 새 패러다임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