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IT로 비영리·사회혁신 조직을 돕던 두 곳, 슬로워크와 UFO팩토리가 하나가 됐다. 합병 이름은 '슬로워크'. 2005년 문을 연 슬로워크는 10여 년간 월드비전,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아름다운가게 등 내로라하는 비영리 단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Identity) 작업을 함께 해왔다. UFO팩토리는 2013년부터 비영리·사회혁신 단체들의 웹페이지를 개발하고 IT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두 법인의 합병 소식은 '소셜섹터'에서 화제가 됐다. '새로운 일하기 방식'이 화제인 지금, 두 곳이 함께 그리는 그림은 무엇일까. 임의균·권오현 공동대표를 성수동에서 만났다.
지난 4월, 슬로워크는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1년간 '온도를 맞추는' 시기를 보낸 뒤였다. 슬로워크 이름은 가져가되, 기존 UFO팩토리가 해왔던 '팀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각각의 팀별 실험을 'UFO'라 부르기로 했다.
―팀제라고 하면 어떤 방식을 말하는 건가. 대부분의 조직엔 '팀'이 있지 않나.
권=UFO팩토리엔 총 5개 팀이 있었는데, 연봉도, 휴가도, 출퇴근 방식도 팀 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했다. 단, 본인이 정한 연봉을 주면서도 회사가 생존 가능한 선이 '최소 기준선'이 된다. 팀별로 그 기준만 달성하면 다른 모든 건 자율에 맡긴다. 목표치를 초과하면 절반을 인센티브로 줬다. 큰 자유와 권한,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방식이다. 새로운 조직에 이 방식 그대로를 밀어넣을 순 없고, 올해부턴 조금씩 경험해보려 한다.
임=합병 몇 개월 후, 슬로워크에서도 함께 일하고 싶은 이들끼리 팀을 짜도록 했다. 12개 팀이 꾸려졌다. 로고를 만든 팀도 있고,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도 있다. 팀 단위로 최소한의 목표도 정했다. '헤이그라운드'가 입주한 '체인지메이커'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려는 것처럼, 새로운 슬로워크의 비전은 각 팀과 개인이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각각 팀이 모험을 떠나는 'UFO'이고, 조직은 '기지(基地)'가 되는 거다.
―어떤 실험까지 가능할까.
임=우리는 그동안 '디자인·웹 에이전시' 모델로 일해왔는데, 시장 가능성이나 한계가 분명하다. 장기적으론 '우리의 일'이 필요하다고 봤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면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조직에서 해왔듯, 리더가 거대한 비전을 던지고 조직원들이 본인과 맞든 맞지 않든 그 방향을 따라가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했다. 회사는 판만 깔아주고,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작당모의를 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혁신이 나올 거라 봤다.
권=팀의 원칙은 이런 거다.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는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해하지는 않는가.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이 만족하는가. 재무적으로 생존하고 있는가. 각 팀이 하는 일이 전체 회사의 방향과는 일치하는가. 기준만 빗나가지 않으면 나머지는 자율이다.
―실험을 했다가 실패해도 괜찮나. 팀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땐 어떻게 되나.
권=UFO팩토리에서 팀제를 운영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UFO팩토리에서는 팀장들과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하나, 누가 봐도 그 사람이 불성실했다면 책임을 묻자. 둘, 만약 노력했는데 목표를 맞추지 못한 거라면 같이 번 돈으로 메워주자. 셋, 메워줄 수가 없다면 회사 문을 닫자. 3년차까진 문은 안 닫고 어찌저찌 살아남긴 했다(웃음).
임=회사가 망하지는 않게 해야 하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 대표는 힘들다(웃음). '다 실험해보고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조직 문화만 실험적이고 수익이 나지 않아 생존 불가능하면 의미가 없지 않나. 올해는 경험치를 쌓고 근육을 만드는 시기다. 아직 카오스이지만 실험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슬로워크가 그리는 그림은.
임=지금은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대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론 사회 변화를 지향하는 이들의 네트워크를 꿈꾼다. 2015년에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를 모셨고, 올해 3월엔 법률 및 전략 전문가도 새롭게 합류했다. 회사 안팎을 엮는 네트워크를 넓혀, 사회 변화를 위해 창의적이고 영감을 주는 솔루션을 만들고자 한다. 시스님이 주도하는 '빠띠(온라인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와도 다양한 실험을 해나갈 거다.
※인터뷰 기사 전문은 '더나은미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http://uturechosun.com/archives/25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