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새 대표 홍준표 "당 혁신해 국민 신뢰 받을 것"]

자유한국당은 3일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새 대표로 뽑았다. 홍 대표는 당선 뒤 "당이 몰락한 건 저희 자만심 때문"이라며 "당을 혁신해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신뢰를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당과 홍 대표 처지에선 '국민 신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10% 안팎이거나 7%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보수 적통(嫡統)을 내세우는 정당이 이래본 적이 없다.

홍 대표가 궤멸 수준인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무엇보다 탄핵 정국 과정에서 퇴색해버린 책임, 헌신 같은 보수의 가치를 다시 존중받는 위치로 세워야 한다. 그러나 한국당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작은 희망도 보여주지 못했다. 남 탓 하거나 막말을 하는 것이 체질화되어 간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마침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시민 단체와 함께 보수 혁신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시작했다. 눈앞의 작은 이해득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 전체를 향해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바른정당과 보수 통합을 하는 것도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홍 대표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정부의 독주(獨走)와 실정을 견제하는 것은 제1 야당의 의무다. 그렇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쳐서는 희망이 없다. 구체적 정책 능력과 명확한 논리를 제시해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높은 지지율을 믿고 독주하려는 모습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것을 견제하는 것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능력 있는 인재(人材)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이다. 영국 보수당이나 노동당은 위기에 빠졌을 때 데이비드 캐머런, 토니 블레어라는 젊은 지도자를 과감히 앞세웠다. 이번에 구성된 한국당 지도부 면면에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홍 대표가 욕심을 앞세우지 않아야 한다. 홍 대표가 다음번 대선 등을 염두에 두고 '홍준표당(黨)'을 만들려는 욕심을 보이는 순간 국민은 외면할 것이다. 홍 대표가 스스로 희생한다는 각오로 '뉴 리더'를 키우는 데 발벗고 나서야 국민은 한국당도 홍 대표도 다시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