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찰보, 신장 훠얼궈스시 르포...영화사 등 엔터사 페이퍼컴퍼니 등기 인산인해
법인세 5년 면제 5년 반감 등 조세특혜에 판빙빙도 법인등록...연평균 50% 이상 증가

중국 서부의 훠얼궈스시가 조세피난처 역할을 하면서 중국 스타들의 기획사와 영화제작사의 밀집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판 케이만군도의 등장인가. 중국 경제관찰보는 2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훠얼궈스(霍尔果斯)시에 판빙빙(范冰冰) 등 스타들이 잇따라 기획사들을 세우고 있다며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만군도에 빗댄 르포기사를 내보냈다.

경제관찰보는 유명 영화배우 판빙빙이 주주로 있는 기획사와 한한(韓寒)이 감독한 영화 ‘청펑보랑’(乘風破浪)을 만든 2개의 영화제작사 등의 주소지로 등록된 훠얼궈스의 한 건물 8층을 가보니 회사 설립등기 서비스를 해주는 중개회사가 있었다며 상담원과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과 접경한 신장의 국경도시 훠얼궈스에 등록한 영화사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만 올 3월에 이미 7000개사를 넘어섰다. 올들어 훠얼궈스에서 등기를 마친 회사만 이미 1만개가 넘는다.

훠얼궈스에 엔터사들이 몰리는 현상은 2년 전부터 뚜렷해졌다. 지난 3월 시안완바오(西安晩報)는 중국 최대 영화제작사인 화이(華誼)브라더스를 비롯해 중국 주류의 영화사중 절반 이상이 훠얼궈스에 등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 회사 대부분 페이퍼컴퍼니다.

훠얼궈스는 면적이 선전(1991평방킬로미터)과 비슷한 1908평방킬로미터에 이르지만 인구가 8만5000명에 불과한 소도시다. 2014년 중국 국무원이 시 설립을 승인하면서 2015년에 야 첫번째 시(市) 인대(人大, 의회)가 열린 신생도시다.

각종 조세혜택으로 중국판 케이만군도로 떠오른 서부의 훠얼궈스(4번으로 표시된 부분)

지난해 훠얼궈스시의 지역 GDP(국내총생산)규모는 26억8000만위안(약 4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 재정수입도 12억위안(약 2028억원)으로 246% 증가했다.

‘서부의 선전(深圳)’(선전완바오)으로도 불리는 훠얼궈스의 급성장 배경은 ‘중국판 케이만군도’라는 별칭에 답이 있다. 중국 국무원은 훠얼궈스가 시로 승격되기 전 2010년 5월 현지에 조성된 경제개발구에 재정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이 경제개발구는 중국에서 해안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경제특구라는 평을 받았다.

훠얼궈스 경제특구의 육성 대상에 속한 업종의 기업은 법인세를 5년간 면제하고 이후 5년간 절반으로 감면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영화 미디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 창업투자, 지역본부 등을 세우는 기업은 증치세(부가가치세) 에서 일부를 돌려 받는등 과세 측면에서 2중 혜택을 받도록 했다.

특히 직원들의 개인소득세가 일정수준에 이르면 지방정부가 거둬들이는 부분의 일부를 돌려주는 조세혜택도 제공한다. 개인소득세는 중앙이 60%, 지방이 40% 가져가는 구조다.
훠얼궈스의 세수혜택은 2020년까지 지속된다.

훠얼궈스 시 정부가 출범 한 뒤 본격적인 투자유치에 나서면서 ‘세금 특구’ 정책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판빙빙은 물론 자오번산(赵本山) 등 스타들이 직∙간접으로 지배하는 회사들이 잇따라 훠얼궈스에서 법인 설립 등기를 마쳤다.

훠얼궈스에 페이퍼컴퍼니가 몰리는 또 다른 이유는 상장 때 줄을 설 필요없이 녹색통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상장을 위해 대기중인 기업만 500개사가 넘는다. 또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최고 200만위안(약 3억 3800만원)의 장려금까지 지방정부로부터 지급받는다.

중국 당국은 세수 혜택을 앞세운 맹목적인 외자유치를 막기 위해 2014년말 ‘세수규범 등 우대 정책에 대한 통지’를 내놓고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세수 우대 정책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세수 특혜정책을 만들 때는 국무원 승인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훠얼궈스의 세수 특혜 정책은 이같은 분위기에서도 살아남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잇따라 제창한 육∙해상 실크로드, 즉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본격화되면서 훠얼궈스가 일대일로 거점으로 부각된 덕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