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 인터넷 언론이 "호식이 두마리치킨 회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액수도 나왔다. 그러자 피해 여성에 대한 여론이 흔들렸다. 6월 초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됐을 때, 피해 여성과 그를 도운 사람들이 '꽃뱀'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사건 전말이 알려진 후엔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하지만 합의금이 알려지자, 다시 '꽃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관련 기사에 '그 돈 받고 합의했으면 꽃뱀이 확실하네' '함정 파놓고 성희롱 피해자인 척하면 돈 쉽게 번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돈 뜯어내려 기획한 꽃뱀 무리들을 다시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최호식 회장의 비서였던 이 여성은 지난 6월 3일 일식당에서 저녁 식사 중 최 회장으로부터 성추행당했고, 강제로 호텔로 끌려갔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이틀 뒤 최 회장 측 변호인을 통해 고소 취소장을 제출했다. 현행법상 강제 추행은 친고죄(親告罪)가 아니기 때문에 최 회장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다.

이 여성은 고소를 취소한 이유에 대해 경찰에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20대 초반인 피해자는 취업 3개월 만에 성추행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고소 당시 자신의 신상이 알려지는 것을 가장 걱정했다고 한다. 앞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소를 취소하면 경찰·검찰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만 받으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고소 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법정에 서야 한다.

또 '고소를 취소해달라'는 최 회장 측의 부탁도 있었다고 한다. 성범죄자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면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합의금 액수에 따라 '꽃뱀이다' '아니다'를 가를 수도 없다. 돈을 노리고 접근한 '꽃뱀'은 보통 사기죄가 적용되는 범죄다. 범죄 피해자에게 붙일 수 있는 말이 아닌 것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의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꽃뱀으로 치부하고, 합의만 하면 범죄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또 다른 폭력"이라며 "이런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성범죄는 근절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