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서울 한 대학에서 학생 1000명에게 1999년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나 될 것인지 물었다. '300달러'가 28%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모두 그만큼도 안 될 거라고 답했다. 실제로는 그 30배 가까운 8595달러였다. 그 무렵 어느 유명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썼다. "상상해 보라. 전국 가가호호(家家戶戶)마다 전화가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편할 것인가…". 지금 온 국민이 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1964년이면 조선일보가 1만3000호쯤을 발행할 때였다.

▶오늘 조선일보는 3만호를 발행한다. 1986년 2만호 때 본지 이규태코너의 제목은 '30000호 시대'였다. 31년 지나 3만호를 내는 지금 그 글을 읽어보니 맞는 것보다 틀린 게 많다. 과거 수백 년 동안 일어난 일들이 1년 만에 벌어지는 세상이다. 그래도 본지 4만호가 발행되는 2048년은 또 어떤 세상일지 궁금해진다.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얼마 전 런던에서 열렸다. 미국 전문가는 "2050년이면 인간과 로봇의 결혼이 합법화될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생명공학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올 것 같다. 간이나 신장 등 신체 장기(臟器)를 제 몸에서 떼어낸 세포로 새로 만들어 갈아 끼울 수 있게 된다. 뇌과학자들은 친구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 머릿속으로 친구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그 친구와 홀로그램으로 연결돼 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증강현실(AR) 카메라가 데이트하는 두 사람의 동공과 모세혈관 움직임을 체크해 서로 얼마나 끌리는지 수치로 전해준다. 노동시간 하루 2~3시간, 일자리는 프리랜서 계약직으로 바뀌고, 정규직은 '노예 계약'으로 불리며 기피 대상이 된다. 음식·옷·주택을 3D 프린터로 저가에 생산하는 시대가 된다. 인공지능 의사 결정 프로그램이 국회를 대체할지 모른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서 사고 위험성 높은 '인간의 운전'이 오히려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엊그제 "3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소행성 충돌로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란 경고였다. 그래도 한국인은 여전히 미래를 꿈꾼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이면 한국이 세계 2위 부자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선일보는 1995년 창간 75주년 사설에서 "2020년 한국은 통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썼다. 아직은 희망 사항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4만호를 맞는 2048년 한국은 통일돼 있을 것이고,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