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가 휴대전화 요금 할인 폭을 20%에서 25%로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연간 4조6000억원의 통신비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논란이던 기본료 폐지는 빠졌지만 통신업계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통신사들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반발했다.

통신비를 내리면 압도적 다수인 소비자가 좋아하고 상대적으로 극히 소수인 기업이 반대한다. 정치권의 좋은 포퓰리즘 소재가 되는 것이다. 특히 정권의 힘이 좋은 초반기에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이명박 정부가 통신 기본료를 1000원 인하했고 박근혜 정부는 가입비를 폐지했다. 그러나 요금 전가 현상으로 결국 흐지부지됐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도 편법만 난무한 채 시장을 어지럽히는 결과만 냈다.

새 정부가 결정한 요금 할인 폭 5%포인트의 법적 근거부터 논란이다. 국정기획위는 '요금 할인율은 100분의 5까지 추가 조정할 수 있다'는 미래부 고시를 근거로 댄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기존 할인 폭 20%의 100분의 5를 의미하는 것으로 최대 추가 할인 폭은 1%포인트라는 것이 통신업계 주장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3개 대형사가 지배하는 과점(寡占) 체제지만 통신사들이 폭리를 취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해 이통 3사의 영업이익률은 7.2%로, 미국(18%) 일본(16%)보다 적다. 이번 대책에 따른 통신비 절감액 4조6000억원은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 3조7000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많다. 적자를 내라는 말과 다름없다. 통신사들이 투자 여력이 줄면 5G 통신망 등 차세대 기술 투자가 줄어들게 되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모바일 산업 생태계를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이런 문제는 기업과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 피해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고 시간이 걸린다. 포퓰리즘 정치는 이 약점을 노린다.

어떤 가격이라도 정부가 직접 개입해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이명박 정부 때 행정력을 동원해 52개 생필품을 특별 관리했지만 오히려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이 어리석은 악순환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