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서 ‘시청률’이라고 검색하면 시청률 조사 기관에서 공개한 일일 시청률 순위, 주간 시청률 순위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D모 포털에서는 2006년 1월 1일 이후 방영된 프로그램의 최고 시청률 순위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 방향의 순위, 즉 최저 시청률 순위는 누구도 쉽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한국 역대 최저 시청률 드라마 5 (feat.허준)’
포털에서 ‘최저 시청률 드라마’를 검색하면 위의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누가, 언제,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최저 시청률 드라마가 궁금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자료이기에 언제부턴가 온라인 상에서 공식 데이터처럼 인용되고 있다.
혹자는 ‘진정한’ 드라마 매니아를 식별하기 위한 도구로 이 리스트를 활용한다. 이 작품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게 논리의 핵심. 어떤 사람은 ‘한드’ 최고의 명작 중 하나인 ‘허준’의 위용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데이터라고 말한다.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5개 작품 중 4개가 ‘허준’과 동시간에 방영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떠내려가고 말았다니…
리스트에 오른 작품들의 평균 시청률과 방영시기, 경쟁작 등은 모두 팩트와 부합한다. 다만, 2017년 6월 기준으로 ‘한국 역대 최저 시청률 드라마5’는 틀린 제목이다. 대부분의 가정에 있는 TV 속 채널이 수백 개로 늘어났고, 드라마를 TV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한 시절에 ‘도둑의 딸’이 기록한 ‘2.7%’라는 시청률은 더 이상 웃음거리로 치부할만한 숫자가 아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상파 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10개 드라마는 모두 2010년 이후 작품들이다.
최저 시청률 금·은·동메달을 휩쓴 ‘KBS웹드라마스페셜’은 2015년 6월(KBS2)과 11월(KBS1) 매주 금요일 밤 1시부터 60분간 방영한 프로그램이다. ‘하늘벽에 오르다’는 장애 인식 개선이란 주제를 담은 드라마로, ‘장애인의 날’인 4월 18일 오후 1시에 방영됐다. 다문화 특집 드라마 ‘반짝반짝 작은별’ 역시 새벽 1시 30분이라는 방영 시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신 리스트에 오른 작품들은 대작의 그늘에 묻혀 ‘숫자의 쓴 맛’을 느낀게 아니라, 드라마 형식과 주제의 변화를 위해 ‘이대호 타율’ 같은 시청률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 리스트의 ‘진정한 드라마 매니아 식별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