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살아 갈 우리 아이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이에 대한 조언을 건네는 세미나가 지난달 30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렸다. CMS에듀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한 강연에 무려 5000명에 달하는 학부모가 신청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바이오기술(BT)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교육을 다섯 명의 연사가 전했다.
◇생명과학, SW 교육이 핵심
첫 연사로 나선 레이몬드 맥컬리(Raymond Mccauley) 미국 싱귤래리티대학 바이오생명공학 부학장은 먼저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전했다.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DNA 분석이 수월해지면서 관련 비용도 이전보다 훨씬 저렴해지는 등 기술이 향상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수퍼볼 경기가 열릴 때 공기 중의 세균을 분석하는 기기가 설치됐을 정도라는 맥컬리 부학장의 말에 학부모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맥컬리 부학장은 "이 같은 시대에 학생에게는 스스로 실험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재직하는 싱귤래리티대학은 나사(NASA)와 구글이 지난 2009년 만들었다. 첨단 과학, 미래학 등 융합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양질의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창업사관학교로 불린다.
김갑수 서울교육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산업혁명의 역사를 짚어가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CT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품을 만들 때 자본과 공장이 필요했어요. 3차 산업혁명 땐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페이스북,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기업이 탄생했죠. 이때 제품을 만드는 능력은 코딩입니다. 사람과 사물 등 객체가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체화하는 소프트웨어(SW)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코딩은 수학 실력과 마찬가지고요. 좋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 만들면 5000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나라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SW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합니다."
◇자녀가 원하는 공부 할 수 있게 응원해야
이날 현장에서는 미래 교육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강연이 계속 이어졌다. 멕시코에 있는 40년 역사의 유대인 사립학교 CHMD(Colegio Hebreo Maguen David)의 교장인 릴라 핀토(Lila Pinto)가 혁신적인 미래형 학교의 모습을 전했다. 핀토 교장은 CHMD에 있는 미디어랩, 메이커스페이스처럼 혁신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학습 공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랩은 도서관 같은 형태이지만 학생이 책, 음악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공간이다. 메이커스페이스는 3D프린터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곳이다. CHMD 학생들은 이곳에서 수학, 과학 등 다양한 교과를 융합한 지식을 습득한다. 핀토 교장은 "칠판과 책·걸상이 있는 교실에서만 교육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학생이 태블릿 등 전자 도구를 활용하고 서로 협력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학부모의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낸 건 마지막 강연자인 잭 안드라카(Jack Andraka)였다. 안드라카는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과 문화인류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 약관(弱冠)의 학생이다. 그는 고교생 때 췌장암 진단 키트를 개발한 이야기로 청소년기 도전의 중요성을 전했다.
"췌장암 진단 키트를 만들고자 고 1 여름방학 때 구글이나 위키피디아 등 온라인을 통해 8000여 개 종류의 단백질을 분석했어요. 그러면서 췌장암이 발병할 때 '메소텔린'이라는 단백질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았죠. 이 결과를 담아 200여 명의 연구자들에게 직접 메일 보내며 연구를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존스홉킨스대 교수 딱 한 명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받았죠. 7개월간 연구하고 실제 진단 키트를 개발하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어요. 저는 어릴 때 전기 실험을 하다 마을 전체를 정전시키기도 했지만 부모님은 야단치지 않고 꾸준히 응원해줬습니다. 청소년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점을 여기 있는 부모님들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이충국 CMS에듀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부모가 변해야 아이도 변할 수 있다"며 세미나 개최 이유를 밝혔다. 올해로 4년 째인 CMS에듀의 브런치 세미나는 미래 교육에 관한 정보와 대안을 제시하는 행사다. 이 대표는 "기존 학습 방식을 완전히 버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공부를 찾아서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며 "창의력과 인성이 조화돼야 하며 아이가 확산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