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ㅣ전미연 옮김
열린책들ㅣ각 336·328쪽ㅣ각 1만3800원

평생 3분의 1을 잠 자는 데 쓴다. 12분의 1은 꿈꾸는 데 보낸다. 눈꺼풀 뒤 어둠의 영역에 대해 그러나 인간은 맹인에 가깝다. 2014년 불면증을 겪으면서 저자는 본격적으로 잠과 꿈을 향해 눈을 치켜뜬다. 1980년대 과학잡지 기자 시절 썼던 자각몽(自覺夢) 기사도 영향을 미쳤다 한다. 그리고 4년 만의 장편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교보문고에 따르면, 베르베르는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외국 소설가였다.

수면에는 5단계가 있다고 한다. 1~4단계에 거쳐 서서히 잠들다가, 5단계에 이르러 꿈의 세계가 선명히 나타나는 역설수면(逆說睡眠)을 겪는다. 주인공인 28세 의대생 자크는 수면연구가인 어머니 카롤린을 통해 꿈을 통제하는 법을 익히고 함께 극비리에 수면 연구를 진행한다. 수면의 6단계를 찾는 실험이다. 심장박동은 줄고 근육은 이완되지만 뇌 활동은 배가돼 시간의 지각 자체가 달라지는 단계. 그러다 사고로 피실험자 한 명이 사망하고, 카롤린은 이튿날 실종되기에 이른다. 자크는 꿈속에서 "카롤린이 말레이시아에 있고 위험에 처했다"고 알리는 남자를 두 번이나 만난다. 남자는 '꿈속 승강기'를 타고 온 20년 뒤의 자크다. 자크는 '꿈의 종족' 세노이족(族)을 찾아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픽션과 과학적 사실을 적절히 직조해 나가는 저자 고유의 필법은 여전하다. 두 권으로 분권돼 있으나 내용이 어렵지 않은 데다 행갈이가 잦아 독서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읽다 잠들면 뜻밖의 꿈을 꾸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