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 수석논설위원

10여 년 전부터 서울 외곽 수도권 도시들이 공장 단지로 변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슬레이트 지붕에 조립식으로 갖다 붙여 지은 공장들이 하루가 멀다고 생겨났다. 공장들이 공단에 들어가 있으면 오·폐수나 배기가스를 감시할 수 있고 배출 시설 효율도 좋을 것이다. 수도권에 흩뿌려져 있는 공장들을 보면서 폐수·배기가스 관리는 제대로 되는지 걱정하는 시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환경부 홈페이지의 '대기환경 월보(月報)' 사이트엔 도시별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올라 있다. 작년 12월이 가장 최근 측정치인데 서울이 공기 ㎥당 30㎍으로 선진국 도시의 대략 두 배 수준이었다. 전국 도시 가운데 가장 오염도가 높은 곳이 김포시(50㎍)와 포천시(49㎍)였다. 공장 등록 통계가 들어 있는 '팩토리온' 사이트를 뒤져봤더니 김포의 올 3월 등록 공장 수가 5915개로 나와 있었다. 2006년엔 3127곳이었다. 11년 사이 거의 두 배가 됐다. 포천도 2006년 2066개이던 공장이 3661개로 늘어났다. 공장들이 미세 먼지 오염을 가중시킨다는 혐의가 짙다.

이런 공장들은 대부분 국토 관련법이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해놓은 곳에 입지해 있다. 계획관리지역은 도시·농지·산림·자연환경보전지역이 아니면서 나중 도시 편입이 예상되는 곳으로 제한적인 이용·개발이 허용된다. 과거엔 환경성 검토를 거쳐 큰 규모 공장들만 선별해 입지를 허용했다. 정부가 2005년 작은 공장도 들어갈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2008~2009년 업종 제한도 풀었다. 규제(規制) 완화 흐름에서 나온 정책이다. 그러자 수많은 작은 공장이 땅값이 싼 수도권 도시 외곽으로 파고들었다. 지자체들은 허가 조건에 벗어나지 않으면 인가 도장을 찍어줬다. 그 결과 화성시의 경우 2006년 3786개이던 등록 공장이 올 3월 9261개로 늘어났다. 이 중 7000곳 정도가 계획관리지역에 산재해있다.

이런 공장들은 난(亂)개발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주택·농가와 섞여 있는 공장도 적지 않다. 곳곳에 흩어져 있어 환경 관리는 쉽지 않다. 환경부 기동단속팀이 3월 말~4월 초 포천 일대 소규모 공장 165곳을 점검해봤는데 93곳이 적발됐다. 오염 방지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폐목재나 유황 성분이 과다한 저질 연료를 태우는 사업장이 많았다. 방지 시설을 설치해놓고는 운전 비용이 아까워 가동하지 않는 곳들도 있었다. 환경부 기동단속팀은 작년 2월엔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의 영세 공장 밀집 지역을 단속했다. 당시 86곳을 점검해 62개 사업장이 적발됐다. 절반이 대기오염 관련이었다. 오·폐수 처리시설도 없어 공장 폐수가 곧장 농수로로 버려지고 있었다. 대곶면 한 곳만 따져 1997년엔 공장이 123곳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700개로 늘어났다. 20년 사이 22배가 됐다. 입지 규제 완화는 이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세 먼지 문제를 놓고 중국 탓을 많이 하고 있다. 중국 영향이 크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우리 내부 오염을 방치해놓고 중국만 손가락질해서야 중국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공장들만이 아니다. 서울 외곽 도시의 수많은 식당에서 기준 미달의 보일러를 쓴다. 저녁이면 식당들에서 고형 연료나 장작을 때는 연기가 산기슭에 피어오른다. 숯가마도 도처에 많다. 업소와 가정집 가릴 것 없이 불법 소각도 성행한다.

결국은 경제(經濟) 가치와 환경(環境)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다. 외곬으로 환경만 고집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10여 년 사이 크게 희박해진 건 사실이다. 국민이 미세 먼지 오염으로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입지 규제 완화로 공장, 업소들이 들어차면 다시 되돌릴 길도 없다. 가뜩이나 좁은 국토인데 이런 식으로 망쳐버리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