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도넛 전문 프랜차이즈 '크리스피 크림'이 매운맛 도넛인 '매운 오리지널'을 출시했다. 달콤하기만 할 것 같은 도넛에 할라피뇨를 잘게 썰어 넣어 맵게 만든 제품이다. 매콤한 떡볶이 정도로 매운 이 도넛은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크리스피 크림 측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출시된 제품"이라며 "매운맛을 원하는 고객이 많고 매운맛 트렌드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매운맛이 더 매워지고 또 다양해지고 있다. 도넛뿐만 아니라 캡사이신 맛 사탕, 겨자 맛 쿠키가 나왔고 '청양 고추를 우려낸 맛'을 내준다는 조미료도 있다. 치킨업계에선'가장 매워 보이는' 이름을 붙이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또래오래는 '리얼 핫 양념치킨', 네네치킨은 '쇼킹 핫 양념치킨', 페리카나는 '핫 데블 치킨' 등 이름만 들어도 입안이 얼얼해지는 이름이 등장했다. 삼양식품은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그보다 두 배가량 매운 핵불닭볶음면을 지난 1월 내놓았다. 출시 3개월 만에 800만 개가 팔렸다. 10년 전 매운 라면의 1인자였던 농심의 신라면을 매운 정도를 평가하는 스코빌 지수(Scoville Heat Unit·캡사이신 농도)로 나타냈을 때 2700으로 나오지만 핵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는 8706이다. 삼양식품 측은 "불닭볶음면보다 더 매운 라면을 만들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방울로도 극한의 매운맛을 낼 수 있는 캡사이신 소스 판매량도 매년 증가 추세다. 캡사이신 소스 판매율 1위인 청우식품에 따르면 캡사이신 판매량은 지난 2014년 33만㎏에서 지난해 38만㎏으로 약 15% 늘었다. 청우식품 관계자는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식품업체나 식당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가정집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짜릿한 자극을 한번 받게 되면 미각에서 그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기 때문에 점점 더 매운맛을 찾는 것"이라며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 해소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히려 매운맛에 중독돼 식재료 맛을 느낄 수 없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