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나이키 위협하는 언더아머, 한국에서 고전하는 이유
일부 백화점 매장에선 직 진출 전보다 매출 더 떨어져
'이재용 운동복'으로만 알려져… 상품력과 이미지 전달력은 아직 약해
매장 수가 곧 마케팅? 유통망 확대에 총력 기울이는 상황
“5~8년 내에 연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하겠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잡겠다.”
송호섭 언더아머코리아 대표는 지난 1월 직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5~8년 안에 한국에서 매출 80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제외한 브랜드의 국내 매출이 총 6000억 원인데, 이 중 50%인 3000억 원을 3년 안에 언더아머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뒷받침됐다.
◆ 유통망 확대해도 매출은 기대 못 미쳐… 높은 해외 인지도, 국내선 아직
하지만 유통망 확장 속도에 비해 매출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백화점 매장의 경우 직 진출 전보다 매출이 더 떨어진 곳도 있었다. 한 유통 관계자는 “직진출 이후 사업부 조직 구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매출보다는 선 투자 개념으로 유통망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언더아머는 미식축구 선수였던 케빈 플랭크 회장이 1996년 설립한 회사로, 26분기 연속 20~30%씩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2015년 글로벌 매출은 39억6000만 달러(약 4조6150억 원)로 미국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나이키에 이어 매출 2위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매출이 기대치를 밑도는 원인은 언더아머의 상품력과 이미지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스포츠 웨어의 전문성이 부각된 반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의류나 신발 등의 상품군이 미흡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강남대로에 위치한 브랜드 하우스에는 다양한 섹션이 구성돼 있지만, 제품이 중복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웃도어 라인의 경우 서핑을 위한 여름용 아웃도어 의류가 소량 구성됐을 뿐, 등산을 위한 의류나 전문장비는 찾기 어려웠다.
김 모씨(남∙31)는 “언더아머에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매장을 방문했는데 막상 와보니 운동복 전문 브랜드라는 인식이 짙었다. 러닝화나 짐웨어(gym-wear) 등 몇몇 제품이 마음에 들었지만, 나이키나 아디다스보다 더 비싼 돈을 들여 살만한지는 망설여졌다”라고 말했다.
박 모씨(남∙38)는 “자녀와 함께 입을 옷을 사러 키즈 라인을 찾았는데, 사이즈가 없어서 사지 못했다. 아디다스에서 두 살배기 어린아이용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라고 말했다.
◆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매장 개설에 총력… 하반기부터 브랜딩 본격화한다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마케팅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스포츠 브랜드 마케터는 “미국에서 펼치는 ‘언더독(Underdog∙이길 확률이 낮은 자)’ 마케팅과 같은 획기적인 마케팅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별다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 않아 언더아머를 모르던 일반 고객들이 브랜드를 인지하는 데 한계가 있는 거 같다”라며 “일부 스포츠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즐겨 입는 운동복’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잡음에도 불구하고 유통가는 여전히 언더아머를 나이키, 아디다스에 맞설 대항마로 꼽고 있다. 윤영후 롯데백화점 치프 바이어는 “직 진출 이후 의류 상품력이 매우 좋아졌다. 골프, 아웃도어 등 부족했던 라인이 추가되면서 상품 구성이 매우 다양해진 것도 장점이다. 온라인과 잡지 등 판촉 활동도 강화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언더아머코리아 관계자는 “직 진출 초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매장 개설에 집중했다. 매장이 곧 마케팅이라는 판단에서 외형 확대에 집중했고, 실제로 방문 고객들의 구매전환율도 높아졌다”며, “6월부터는 브랜딩에 집중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확대하고, 상품력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언더아머는 지난 1월 강남 브랜드 하우스 오픈을 시작으로 3월 가로수길에 여성 특화 매장을 개점했다. 또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 롯데 파주아울렛 등에 대형 매장을 직영점으로 오픈하는 등 현재까지 80여 개 매장을 확보했다. 올 상반기에만 30~40개 매장을 오픈하고 연내 20여 개 매장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말까지 총 120~130개 매장을 확보해 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2019년까지는 대리점을 포함해 170개 매장의 운영을 목표로 한다.
한 스포츠 패션 업계 관계자는 “언더아머는 워낙 브랜드가 탄탄해 유통망 확보가 쉬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국내 스포츠 시장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데상트로 고착돼 있었다. 스포츠 조닝에 신선함을 주입한다는 점에서 언더아머의 유통망 확대는 앞으로도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