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오후 7시 인천 서구 경서동의 한 주차장. 시동을 끄고 주차한 덤프트럭 옆으로 등유 3000L를 실은 2.5t 트럭이 바싹 붙었다. 트럭에서 내린 석유 판매업자 강모씨는 주유 호스를 꺼내 덤프트럭 주유구에 꽂았다. 몇 분 후 주유를 마친 강씨는 '경유 400L, 51만1600원'이라고 찍힌 영수증(리터당 1279원, 4월 4일 기준)을 끊어 덤프트럭 기사에게 건넸다. 이날 기준으로 등유는 리터당 865원. 원래 넣어야 할 경유 대신 등유를 넣고 차익 16만5600원을 챙기려던 기사는 결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순간, 잠복한 국민안전처 안전감찰반이 현장을 덮쳤다. 기사는 "경유 가격으로 계산한 뒤 나중에 업자에게 현금으로 차액을 환급받으려 했다"고 털어놨다.

무모한 운행 - 22일 오후 3시 35분 부산 부산진구 부전 1·2가도교를 지나던 3.5t폐지 수거 차량의 철제 적재함이 굴다리 입구에 걸려 바닥에 떨어져 있다. 부전 1·2가도교는 각 구간 천장 높이가 3~4.1m 사이로 다양해 대형 트럭이 충돌하거나 끼이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사고로 적재함이 굴다리를 막아 차량 통행이 한 시간 넘게 제한됐다.

전세버스, 덤프트럭 등 대형차가 도로 위 흉기로 변신해 질주하고 있다. 기름값을 아끼려고 경유 대신 가정용 등유를 넣거나 속도 제한을 임의로 푸는 등 각종 불법이 판친다. 국민안전처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한국석유관리원 등은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1일까지 전국에서 안전 감찰을 벌여 불법 차량 761대를 적발했다.

가장 빈번한 불법 행위는 속도 제한 장치 해제다. 작년 10월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울산 관광버스 화재 사고의 원인 중 하나도 제한 장치 불법 해제였다.

감찰반은 대형 차량 통행이 잦은 인천, 경기 구리, 전북 군산, 경북 구미 등지 고속도로 나들목과 산업단지에서 화물차 154대를 무작위로 조사했다. 이 중 13대가 제한 장치를 해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기사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업자와 접선해 20만~50만원을 주고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업자의 노트북에 깔린 프로그램을 차량 케이블과 연결해 마음대로 속도 제한 값을 올리거나 아예 무제한으로 설정했다. 작업에 필요한 시간은 5분 미만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대형 버스와 승합차는 시속 110㎞, 4.5t 초과 화물차는 시속 90㎞가 최고 속도다. 트럭 기사들은 "제한 속도 90㎞로 운행해서는 수지에 맞는 이동 거리를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안전처는 버스와 트럭에 경유 대신 등유를 넣는 현장을 두 건 적발했다. 탱크로리에 등유를 탑재한 석유 판매업자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기사와 접선해 으슥한 곳에서 기름을 넣는다. 정재욱 안전처 사무관은 "가정용 등유를 차에 넣으면 엔진이 크게 손상돼 사고를 부른다"며 "달리는 시한폭탄인 셈"이라고 했다.

안전처는 대형 차량이 6개월~1년마다 받아야 하는 차량 정기 검사를 허위로 해준 업체 5곳도 적발했다. 인천, 경기 시흥, 안산에 있는 차량 검사소는 1t 트럭에 활어 수조(2t)를 얹어 불법으로 개조한 차량 8대에 '합격' 판정을 내렸다. 불법 활어 수송차는 급회전하면 물이 한쪽으로 쏠려 전복될 가능성이 크다. 수명이 다한 노후 광역버스 1대도 업체로부터 허위 합격 판정을 받고 달리다 이번 감찰에 걸렸다.

안전처는 이 외에도 정기 검사 미이행, 불법 밤샘 주차, 과적 등 총 92건(761대)에 대해 관할 지자체에 고발, 과태료 부과 등을 요구했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 4명에게도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