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자 검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 수석이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는 물론 '법무부 감찰'을 조사 방법으로 거론하면서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이 대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선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재임 시절 '검찰 농단'과 관련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 현직 검사장은 "청와대가 우 전 수석은 물론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을 대표적인 적폐 세력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윤회 문건 사건은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십상시(十常侍)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진과 비밀리에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을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다음 달 정씨가 세계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라고 발언하자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관천 전 행정관(경정)이 청와대 문건을 불법적으로 유출했다며 재판에 넘기면서 '비선 국정개입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검찰은 청와대 의중(意中)에 따라 '맞춤형 수사'를 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건 유출' 수사는 특수부에 맡기고, '비선 개입' 수사는 형사부가 맡은 것 자체가 진상 규명보다는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한 게 아니냐는 말이 분분했다.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정윤회씨 자택을 압수 수색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수사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장은 12일 사표가 수리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었다.
검찰 내에선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개입했다는 것이 정설(定說)로 돼 있다. 특히 우 전 수석은 수사 초점을 '비선 개입 의혹'이 아닌 '문건 유출'로 전환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내 2015년 1월 민정수석으로 파격 승진을 했다는 것이다.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에는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내린 지시 내용도 일부 나타나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해 12월~올 2월 조사 당시 이 같은 의혹들과 관련해 청와대 압수 수색을 추진했다. 당시 특검팀은 청와대 서버 등에 정윤회 사건은 물론 그 이후 벌어진 각종 검찰 수사에도 우 전 수석이 개입한 단서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 개입, 최순실 비선 농단 은폐 의혹,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방해 혐의 등을 밝힐 관건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압수 수색은 무산됐다.
따라서 법조계에선 조국 수석이 하겠다는 조사 역시 '자료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 자료는 파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 전 수석 시절 검찰 수사 개입 등의 단서가 나온다면 진상 조사 차원을 넘어 대대적인 검찰 내부 수사로 번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