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캐스터를 준비하던 시절, 방송과 함께 열심히 연습했던 것은 바로 '미소'였습니다. TV 속 선배님들을 열심히 따라 했어요. 따스한 시선에 입꼬리를 힘껏 올려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신입 시절 미소 때문에 혼이 난 적이 있어요. 황사가 오는데 너무 웃어버린 거죠. 태풍, 폭설 때야 당연히 표정 관리를 했는데, 포근한 날 속에 잠깐 찾아온 황사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겁니다.
요즘 그때 추억이 종종 떠올라요.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이맘때면 1분 내내 환하게 웃으며 방송하는 게 익숙하지요.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황사와 미세 먼지가 찾아와 제 입꼬리도 자주 내려갑니다. 심각성을 전하고 싶은 제 마음을 알아주실 때면 뿌듯해요. "밝게 미소 짓던 기상 캐스터가 진중한 표정으로 황사 마스크를 쓰라 하니, 안 쓸 수 없었다"라는 댓글을 볼 때면 책임감을 느낍니다.
가끔은 캐스터의 상태를 딱 알아보는 분들이 있어요. 밝은 표정으로 또박또박 원고를 읽었는데도 "오늘 무슨 일 있으시죠?"라는 시청자 메시지를 받을 때면 깜짝 놀랍니다. 사실 급하게 스튜디오에 뛰어 들어갔거나 몸이 너무 아픈 날이었거든요.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카메라와 전파를 통해 저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어요. 며칠 전에는 TV조선 '별별톡쇼' 녹화에 참여했습니다. 입담 좋은 분들과 함께하니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요. "잘하는 것보다 편안한 게 중요해요! 보는 사람도 똑같이 느끼거든요." MC 정선희씨의 조언을 듣고 힘을 좀 뺐더니 화면 속 저의 어색함도 옅어졌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보이는 것'에 신경을 더 썼어요. 헤어 메이크업과 의상, 발음 등 여러 가지가 있지요. 그런데 요즘은 말에 담긴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소야말로 '마음으로' 웃어야 보는 사람도 웃게 할 수 있더라고요.
오늘 오후에는 중부와 경북에 비가 오고 아침과 밤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게 나타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마음껏 미소 띠며 방송할 수 있는 날씨가 이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