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가운데 고졸 학력은 신준모 작가를 포함해 3명이고 대학 중퇴와 휴학생이 많다. 그런가 하면 SBS와 CJ를 거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온 직원도 있고 현대모비스를 그만두고 온 직원도 있다. 고권희 대표는 채용 기준을 ‘미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초년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2014년에 40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차지하면서 40만 부 넘게 팔린 《어떤 하루》의 저자 신준모 작가에게 딱 맞는 말인 듯하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급식비를 못 낼 정도로 가세가 기울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페이스북에 표현을 했고, 그 글을 모아 낸 책이 대히트를 친 것만 해도 대단한데 사업가로 변신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와 고액 강연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계기가 궁금했다.
“시간당 100만원이 넘는 강연비를 받을 때 돈의 노예가 되는 것 같고, 입만 산 사람 같아 좋지 않았어요. 했던 말을 또 하는 것도 싫고.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회사에 취직했다가 재미난 일을 하고 싶어 친구 DH와 제 이름 준모의 이니셜인 JM을 합쳐 DHJM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어요.”
말하면 반드시 실행한다는 그는 DH와 500만원씩 출자해 단 5일 만에 법인 등록을 마쳤다. 페이스북에 ‘세상을 놀라게 할 괴물기업을 꿈꾼다’며 ‘창립 멤버로 같이 일해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2013년 페이스북 인사이트 글 분야 1위’인 베스트셀러 작가를 믿고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 그중에서 3명을 선발해 5명으로 출발했다.
그로부터 8개월 후인 10월 19일 신준모 작가는 페이스북에 ‘DHJM 성장 스토리’를 올렸다. DH가 하버드 대학에 합격해 미국으로 떠났다는 것과 8개월 동안 5개의 회사를 더 만들었고 월 매출이 10억원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알렸다.
4월 3일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15명으로 늘어난 직원들이 컴퓨터를 두 대씩 놓고 일하는 중이었다. 공동대표였던 신준모 작가가 지난해 10월 초창기 멤버인 고권희씨에게 대표 자리를 넘긴 상태였다. 최대 주주인 신 작가는 “저는 새로운 걸 좋아해요. 꾸준하게 하는 건 재능이 없어요”라고 했다. 숲을 보면서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한다는 의미였다.
대표는 대외 관계를 위한 상징적인 자리일 뿐 일체의 일은 함께 의논해서 처리하는 DHJM에 다른 직급은 없다. 모두 미혼에 평균연령 27세, 남자 직원 13명에 여직원 2명인 DHJM에서는 ‘준모님’, ‘권희님’ 등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휴학 중인 고권희 대표는 25세로 15명 가운데 두 번째로 나이가 적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신준모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고 화상으로 면접을 본 뒤 바로 다음 날 귀국했다. 1년 동안 준비했던 교환학생 자리를 한 달 만에 박차고 돌아온 고권희 대표는 “항상 사업을 꿈꾸었던 터라 두 분의 패기를 보고 온 겁니다. 주변에서 다들 왜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느냐, 빨리 복학하라고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어요”라고 했다.
직원 가운데 고졸 학력은 신준모 작가를 포함해 3명이고 대학 중퇴와 휴학생이 많다. 그런가 하면 SBS와 CJ를 거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온 직원도 있고 현대모비스를 그만두고 온 직원도 있다. 고권희 대표는 채용 기준을 ‘미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원래 받던 월급의 반, 심지어 5분의 1 밖에 안 되는데도 우리 회사로 온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다들 미쳤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행동력과 도전력을 가장 우선으로 봅니다.”
DHJM은 출발 두 달 만에 흑자를 냈다. 신준모 작가는 “온라인 시장에서 잘 팔릴 물건을 선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 덕분”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가운데 적자 나는 회사가 많아요. 우리는 자본력도 없고 투자도 안 받았으니 절대 손해보면 안 된다는 각오를 다졌죠. 처음 선정한 제품이 음식물처리기였어요. 위기에 처한 회사의 저평가된 제품이었죠. 한 달에 20대 정도 팔리던 165만원짜리 제품을 우리가 맡은 이후 매달 300대 이상 팔고 있어요.”
현재 휴대용 살균기, 커피, 주얼리, 상장회사의 패션 브랜드 등 판매 제품이 6종으로 늘어났다. 실패한 제품이 없다는 게 알려지면서 여러 상장회사들이 DHJM과 유통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회사를 다지면서 점차 제품군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판매 비결을 묻자 고권희 대표는 ‘마케팅과 유통의 동시 운영’이라고 했다.
“기존 시장은 마케팅과 유통이 따로 운영됩니다. 회사에서 여러 유통사에 물건을 주면 유통사들끼리 더 싸게 팔기 위해 경쟁하죠. 우리는 물건을 독점으로 받아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부터 유통까지 논스톱으로 진행합니다.”
신준모 작가는 20대의 특성이 판매 비결이라고 했다.
“유통시장에 20대가 별로 없어요. 기존 유통업은 고착화되어 있으니 20대답게 빨리 배우고 빨리 도전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제조사들과 고객들의 중간 접점을 잘 만들어서 구매가 잘되게 하는 게 포인트인데 자세한 건 영업 비밀이어서 더 이상 말씀드리기 곤란해요.”
DHJM이 선정하는 제품의 기준은 남다르다. 느낌과 디자인을 본 뒤 가능하면 고가의 제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고른다고 했다. 또 하나 ‘실생활에 꼭 필요하진 않지만, 있으면 좋은 것들’이 대상이다. 신준모 작가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DHJM은 이익이 나면 바로 투자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강원도의 대규모 레스토랑 겸 카페를 인수하고 네 군데 회사에 투자했다. 상담 애플리케이션 플랫폼과 엔젤투자회사도 창업했다.
1년 만에 이런 성과를 올리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대개 새벽 2~3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회사에서 숙식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다. 일도 하지만 각자의 전공 분야를 연구해서 동료들과 나누느라 바쁜 것이다. 워낙 퇴근을 안 해 4월 한 달 동안 ‘7시 퇴근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DHJM은 스타트업 회사로는 드물게 초창기부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 직원은 석 달마다, 대표급은 매월, CJ 임원 출신인 김상임 기업전문코치에게 경영수업을 받는 중이다. 모든 게 처음이라 실수도 많다는데 세무 처리하는 법을 잘 몰라 가산세를 물기도 했다. 요즘 세무사의 도움 아래 결산을 하는 중이다.
신준모 작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제4유통시장을 개발해 2025년에 조 단위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선 5년 내로 30개 회사에 투자하고, DHJM 자체 브랜드를 유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7세의 신준모 작가와 25세의 고권희 대표는 ‘헬조선, 흙수저’ 세대임에도 “대한민국은 기회가 많은 나라, 젊은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나라”라며 고마워했다.
현재 DHJM 주식의 80% 이상을 갖고 있는 신준모 작가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매년 스톡옵션을 줄 생각이라며 “세상 모든 제품이 DHJM을 통해 판매되는 그날까지 더욱 미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