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전기(傳記) ‘떠오르는 별(Rising Star)’이 출간된다. 미리 공개된 전기 내용 중 가장 화제가 된 건 오바마가 야망을 위해 사랑을 버렸다는 대목이었다. 전기에 따르면 오바마는 20대 때 동거까지 했던 백인 애인이 있었지만,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야망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결별을 택했다.
이 여성은 바로 실라 미요시 야거(Sheila Miyoshi Jager·53)다. 미국 오벌린대 동아시아 지역학(East Asian Studies) 교수로, 미들네임 미요시(三好)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일본인 혈통 미국인이다. 정확히는 네덜란드계와 일본계 혼혈이라 한다.
오바마 전기가 공개된 이후 대부분 언론은 야거를 '오바마의 정치적 야망에 희생된 여성' 내지 '영부인이 될 기회를 놓친 인물' 정도로 비추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잣대로 야거를 불운하다 평하는 건 온당치 않을 듯하다. 오바마와의 인연과는 무관하게, 학자로서 연구 업적을 남기고 인정받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야거는 한반도 근대사와 한국전쟁 전문가로서 지난 2003년 첫 저서 '한국 국가 건설의 서사: 애국주의의 계보학'을 발표하고, 3년 뒤인 2006년 미국 전쟁대학 전략문제연구소 방문연구교수가 된다. 이어 2007년에는 하버드 대학교 출판부를 통해 두 번째 저서 '파열된 역사: 전쟁, 기억 그리고 아시아에서의 탈냉전'을 냈다.
2013년에는 세 번째 저서 '전장의 형제들: 한국의 끝나지 않은 분쟁'을 출간했다. 이 책은 그 해 미국 전국도서전(National Book)에서 아시아·태평양 문제 관련 최고 저작으로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야거는 동아시아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히고, 한국 학계까지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한반도에서의 강대국 힘겨루기를 다룬 저서 '또 다른 위대한 게임: 한국 개국과 근대 동아시아의 탄생'을 집필 중이다. 영부인이 되지 못했다 한들, 학자로서 언론에 아쉬운 소리 듣고 살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애와 결혼 생활 면에선 어땠을까. 언론은 오바마 전기 관련 보도에서 야거가 한국계 학자와 결혼했다고 전했다. 본지 확인 결과 남편 이름은 김지율(Jiyul Kim)로, 2006년 기준 미 육군 대령으로 미국 전쟁대학 전략문제연구소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야거가 방문연구교수를 다녀온 그곳이다. 그 역시 아시아 지역학을 가르쳤으며, 군인 신분으로 한국에서 7년 이상 복무했다.
그는 자기소개에서 “나는 오벌린 대학에서 동아시아 역사문화학을 가르치는 실라 미요시 야거와 결혼했고 세 아이를 두고 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일하고 있지만,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적었다. 비록 야거가 오바마와 결혼하진 못했지만,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