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출산 예정인 이주연(30)씨 옷장은 딱 붙는 원피스와 일자 스커트, 스키니 진으로 가득 차 있다. 배가 점점 나와 원래 입던 옷을 못 입게 되면서 구매한 옷인데 몸매가 드러나지만 모두 임신부 맞춤형이다. 이제 곧 만삭이 되는 이씨는 남편과 시부모 눈총에도 최근 딱 붙는 재질의 저지 원피스를 하나 더 장만했다. 이씨는 "요즘은 배가 드러나게 입는 것이 유행"이라며 "임신부라고 해서 왜 패션을 포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신부들 사이에서 몸매가 드러나게 딱 붙는 옷을 입는 스키니 패션이 인기다. 몸에 달라붙는 스판이나 아세테이트,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원피스나 치마가 가장 인기이고 배 위에 벨트로 허리를 조여 배를 강조하는 원피스도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황모(30)씨는 "젊은 임신부들은 예전과 달리 펑퍼짐한 옷을 입어 배를 가리는 것보다 오히려 드러내는 옷들을 선호한다"며 "펑퍼짐한 옷과 딱 붙는 옷 매출 비율이 엇비슷하다"고 말했다.
인기 온라인 의류 쇼핑몰들은 아예 임신부 코너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임부복 쇼핑몰에서는 일반 옷 코너와 큰 차이 없이 임신부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었다. 원피스, 치마, 바지, 상의 등 코너도 각각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잘 팔리는 상품 중 2위가 스키니 팬츠다. 임부복 전용 온라인 쇼핑몰 '리얼마미'에서는 만삭인 것이 더 잘 드러나는 H라인 치마가 매번 인기 순위권에 든다.
이병관 광운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를 가졌다는 게 예전과 달리 가리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도, 드러낸다고 특별히 문제 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임신이 긍정적 가치가 된 만큼 차라리 자신 있게 드러내고 즐기자는 심리"라고 말했다.
임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패션에 눈총을 보내는 시각도 있다. 6월 말 출산 예정인 며느리를 둔 최모(59)씨는 "며느리가 배가 나온 걸 드러내려는 것처럼 딱 붙는 옷을 입어 너무 민망했다"며 "예전에는 가리려고 안달이었는데 요즘은 드러내려고 안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만삭인 딸이 있다는 김모(57)씨도 "딱 붙는 원피스를 입은 게 보기 흉하고 태아에게도 안 좋을 것 같다"며 "몇 번 타일렀더니 '요즘은 이런게 유행'이라고 도리어 한소리 들었다"고 했다.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배에 압박을 주면 태아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돈이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시대에 임신했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드러내고 싶은 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