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도 세대별 정치 성향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 1~2일 조선일보·칸타퍼블릭 조사에서 20대(代)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는 2.8%에 불과하고 60대 이상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는 15%대에 그칠 정도로 차이가 극명하다. 50대에서만 문·홍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0~30%대 지지율을 기록해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모든 여론조사도 20·30·40대는 문 후보, 60대 이상은 홍 후보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18대 대선 출구조사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72% 대 27%로 문재인 후보를 눌렀고 20·30·40대에서는 정반대였다. 젊은 층과 노년층이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작년 11월 미국 대선에선 20대에서만 후보 간 18%포인트 차이가 있었을 뿐 다른 연령대에서는 한 자릿수 차이로 어느 한쪽에 크게 기울지 않았다. 이보다는 인종별 정치 성향 차이가 컸다. 정치 성향만을 놓고 보면 한국의 세대 분열이 미국의 인종 대립과 비슷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지경이다. 일본에서는 연령대별로 투표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만 정치 성향 자체는 거의 차이가 없다. 일본 언론들은 세대별 정치 성향 분석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계에 유례가 드물 정도로 세대별 정치 성향이 극단화되는 것은 전쟁과 그 이후 고난의 시절을 겪은 세대와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세대가 바라보는 현실과 미래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2002년 대선 때 등장한 노무현 후보에게 노·장년층이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세대별 분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최근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입장 차이가 더 벌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이러다 보니 청년층과 노년층이 서로의 투표 행위를 혐오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서도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대립했다. 청년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것처럼 지금의 노·장년층은 대비 없이 노후를 맞는 첫 세대다.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각기 다른 곳으로 가자고 밀고 당기고 있고 이게 사회 분열로 나타나고 있다. 세대 분열은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상당 기간 우리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심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