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가 북한에 대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포함된 중·조(中·朝) 우호조약이 수명이 다했다는 취지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조약의 핵심은 어느 한쪽이 타국의 공격을 받으면 즉시 군사적 원조를 제공키로 한 조항이다. 사실상의 동맹 조약이나 마찬가지다. 환구시보는 3일 '중·조 우호조약을 당연히 유지해야 하나'라는 사설에서 "2001년 갱신 이래 중·북 간 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확대돼 왔고, 중국 안팎에서는 조약의 유효성을 두고 이제 시대가 변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미·북 간 긴장을 고조시켜 전쟁 위협을 높이고 있다"며 "북한의 행위는 조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 공산당이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 자주 활용하는 매체다. 지난달엔 미국이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중국이 군사적으로는 개입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 바 있다. 그동안 중국 학자 일부가 이 조약이 사문화(死文化)됐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공산당이 운영하는 관영 매체에서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961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와 북한의 김일성이 서명한 이 조약은 북·중 혈맹 관계를 상징하는 문서로 기능해왔다. 20년마다 자동 연장됐던 이 조약은 2021년이 시효다. 2021년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등장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공감대가 중국 지도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 핵실험장과 가까운 동북 3성 주민의 핵 피해 우려도 계속 방치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직은 중국의 목표가 북한의 추가 도발 저지이지 북한 포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핵을 포기할 수 없는 김정은이 중국과 반대 방향으로 계속 가면 결국 중국의 대북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오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전례가 드문 안보 위기인 동시에 역사적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기간을 담당하게 된다. 한·미 동맹의 바탕에서 중국과 전략적 우호를 유지해 역사에 한(恨)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는 사드 문제로 일시적 불화가 있으나 본질적으로 북한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사실이 명백한 이상 인내를 갖고 설득하면 풀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