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선거일 6일 전인 어제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갔다. 선거일 7일 전인 지난 2일까지 조사한 결과는 언제라도 보도·공표할 수 있지만 3일 이후 조사 결과는 어떤 형태의 공개도 법으로 금지된다. 가짜 여론조사 유포를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마지막 6일의 상황 변화를 모른 채 투표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 중 이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이탈리아 정도다. 프랑스는 이틀 동안 금지된다. 미·영·독·일 같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선거 당일도 자유롭게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 이것을 금지하는 것이 유권자의 정보접근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1990년대 중반 '22일간 공표 금지'를 도입했다가 지나친 제한이라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2005년 6일로 완화했다. 중앙선관위가 작년에 이틀로 축소하자는 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국회가 제대로 심의하지 않았다.

지금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의 실효성이 사라진 상황이다. SNS 때문이다. 앞으로 며칠 금지 기간 동안에도 많은 여론조사가 진행될 것이고, 각 정당과 후보들은 그 내용을 실시간으로 입수한다. 이 내용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질 것이다. 각 후보 진영은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공해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 정체불명의 가짜 여론조사 결과도 SNS에 수없이 돌아다닐 것이다. 정확한 정보 없이 혼란스러운 것은 유권자들뿐이고 표심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이다. 지금은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조사 기법의 기본조차 무시하는 업체들이 난립해 있다. 이번 대선 기간만 해도 이름이 꽤 알려진 업체들조차 선관위가 제시한 기준을 어겼다는 이유로 제재를 당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주요 선거 기간에 한해 국가가 업체들에 여론조사를 할 자격을 부여하는 국가인증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검토할 만하다. 국회는 이번 대선이 끝나자마자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깜깜이' 기간을 없애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 가급적이면 내년 지방선거 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