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덕야구장에 대한 야구 동호인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구도(球都)' 부산 최초의 야구장인 구덕야구장이 올여름 철거를 앞두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부산 야구 역사의 현장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밟아보자는 마음에 일부러 이곳에서 경기를 펼친다"는 동호인들도 꽤 있다.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 자리한 구덕야구장은 부산 아마추어 야구의 산실과도 같은 '야구 유적지'다. 프로야구가 출범(1982년)하기 9년 전인 1973년 지금 형태로 지어졌지만, 사람들이 이곳에서 야구를 한 건 그보다 훨씬 오래전인 1920년부터다. 100년 가까운 기간 이곳에서 김응용(76), 김소식(74), 고(故) 최동원(1958~2011), 양상문(56), 이대호(35), 추신수(35) 등 걸출한 스타가 줄줄이 배출됐다. 사직구장이 건립되기 전인 1985년까지 4시즌 동안 프로야구 롯데의 첫 홈경기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73년 문을 연 부산 구덕야구장은 오랜 기간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경기장으로 사랑받았다. 최근 부산 지역 학생 야구팀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

롯데가 사직으로 옮긴 뒤로 구덕야구장은 초·중·고와 동호인들이 경기를 치르는 아마추어 야구의 메카가 됐다. 하지만 오는 7월 철거를 앞두고 있다. 건립된 지 40년이 넘어 시설이 낡은 데다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우려 탓이다. 허문 자리에는 농구와 테니스 등을 할 수 있는 생활 체육공원이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들어설 예정이다.

1962년 부산고 재학시절 구덕야구장에서 열린 화랑대기 대회 우승을 맛봤던 김소식 전 해설위원은 "선수만이 아니라 야구팬들에게도 추억과 정이 쌓인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구덕야구장이 부산 야구의 역사성을 간직한 것은 맞지만, 오래돼 주변이 슬럼화된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