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0시를 기해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식운동이 시작됐다. 각 후보의 선거원이 거리에서 인사를 하고, 어디든 눈에 띌 만한 곳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그리고 불꽃 튀는 선거 운동에 기름을 붓듯 유세 차량에서 로고송이 빵빵하게 터져나온다.
선거 유세 로고송은 선거 운동의 '꽃'이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기억하게 만들어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한다. 2017년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어떤 곡을 선택했을까. 기호순으로 살펴봤다.
세대도 지역도 놓치지 않을거야… 12곡으로 물량 공세
는 세대별·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펼치며 총 12곡의 선거 유세 로고송을 준비했다.
문 후보 측은 1970~1980년대에 발매된 나미의 '영원한 친구', 김수희의 '남행열차'와 1990~2000년대에 발매된 코요태의 '순정', DJ DOC의 '런투유' 등을 로고송으로 결정했다. 또, 2010년 이후의 발매된 인피니트의 '내꺼하자'와 트와이스의 '치어업(CHEER UP)', 배드키즈의 '귓방망이'도 채택해 젊은 유권자를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영남 유권자를 겨냥한 문성재의 '부산 갈매기', 호남 유권자를 겨냥한 '남행열차' 등의 노래도 로고송으로 채택했다. 기호 1번임을 알리는 의도에서 홍진영의 '엄지척'까지 준비했다. 선거 로고송으로는 빈틈이 없다. '삼수'는 없다는 '재수' 대선 후보의 철저한 준비가 엿보인다.
'아 대한민국'으로 보수 울리고, '귀요미송'으로 어필
역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우선 1980년대 국민가요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보수층을 공략한 이 곡은 '태극기 집회'에도 단골로 나왔던 곡이다.
또, 로고송의 절대 강자인 박상철의 '무조건'을 확보해 중장년층의 표심 공략에 나섰다. 딱딱한 이미지 탈피를 위해 '귀요미송', 젊은층을 공략한 마마무의 '음오아예'도 로고송으로 선곡했다. 곡 리스트만 봐도 확인할 수 있듯이 폭넓은 계층에게 다가가고자 다양한 장르에서 8곡을 골랐다.
한편 홍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모래시계' 검사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드라마 모래시계 OST '백학'도 사용할 계획이다.
'그대에게'와 '민물장어의 꿈'으로 희망 전달
는 선거 유세 로고송에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으로 故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민물장어의 꿈'을 선택했다.
이 두 로고송은 안 후보가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통과를 위해 노력한 게 인연이 돼 신 씨의 부인이 사용을 허락했다고 한다. 안 후보 측은 '그대에게'를 '국민·행복·미래'의 키워드를 사용해 개사를 최소화하고, '민물장어의 꿈'은 선거 로고송 중 이례적으로 원곡 그대로 사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동요 '떴다 떴다 비행기'를 '떴다 떴다 안철수'로 개사한 버전과 창작 트로트, 락 버전으로 편곡한 당가를 함께 쓸 예정이다.
"샤(4)샤(4)샤(4)" "샤방샤방(4번4번)"… 4번, OK?
의 로고송은 '4번'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 휴보 측은 트와이스의 '치어업(CHEER UP)'과 박현빈의 '샤방샤방'을 개사했다. '치어업'의 '샤~샤~샤~(shy~shy~shy~)'를 '4~4~4~'로, '샤방샤방'을 '4번4번'으로 바꿔 부르며 기호 4번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 노라조의 '고등어', 혜은이의 '파란 나라' 그리고 동요 '상어가족'까지 중독성이 강하고 따라부르기 쉬운 5곡을 로고송으로 선택해 유권자의 표심 공략에 나섰다.
운동권 느낌 아니까~ 기!호! 5!번! 심!상!정!
는 메시지 중심의 로고송 전략을 선택했다. 촛불집회에서 주제곡처럼 쓰인 윤민석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로고송으로 썼다. 촛불 민심을 대변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심 후보 측은 유정석의 '질풍가도',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채택해 서민 대통령, 노동자를 대변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전하고 있다.
선거에 쓰이는 로고송 제작비용은 저작권료와 인격권료에 따라 가격대가 결정된다. 곡당 저작권료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규정에 따라 대통령 선거 200만원, 광역단체장 선거 100만원, 국회의원 선거는 5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작사·작곡가에게 주는 인격권료는 합의로 결정된다. 곡 바꾸는 걸 허락받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대략 1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 선거 로고송 한 곡에 들어가는 비용은 저작권료 200만원, 인격권료 100만원 안팎에 녹음료 등 제작비 약 100만원이 든다. 모두 합하면 한 곡당 평균 400만원이 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