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며칠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선 후보 포스터 제작에 관여한 사진·디자인·광고 전문가들을 소개했다. 사진은 오하루 작가가 찍었고, 후보가 멘 넥타이는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포스터.

패션지 ‘데이즈드’의 이현범 편집장은 “지난 13일 있었던 SBS·한국기자협회 대선 후보 토론에서 후보들 옷차림을 유심히 살펴봤다”며 “다른 후보들은 일제히 ‘독수리 오형제’ 같은 패션이었는데 문 후보 넥타이는 신선했다”고 했다. “문 후보가 대표적인 ‘케네디룩’으로 꼽히는 ‘레지멘탈 스트라이프(영국군 연대 깃발을 따서 만든 줄무늬)’ 넥타이를 하고 나왔다. 줄무늬도 여러가지다. 문 후보는 얇고 까불까불한 줄무늬가 아니라, 굵고 중후한 줄무늬를 선택했다. 여기에 ‘군인의 용맹함’이란 메시지까지 담아냈다.” 이 편집장은 “한국 사회에선 남성 대통령이 몸에 달라붙는 맞춤 수트를 입지는 않으니, 패션 감각을 ‘넥타이’로만 판가름한다”며 “그런 면에선 문 후보가 다른 후보보다 ‘신경 쓴 티’가 났다”고 했다.

독수리 오형제 패션 중에 문 후보만 굵은 줄무늬 넥타이로 멋을 냈다.

손 의원은 소주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브랜딩한 광고 디자인 전문가이기도 하다. 문 후보의 선거 홍보 전략에 관여하고 있는 손 의원에게 제작 과정 뒷얘기를 직접 물어봤다.

-문 후보 포스터에 등장하는 디자인 컨셉은 어떻게 결정했나.
"분야별로 글자 폰트·사진·광고·패션 전문가 여러 명이 함께 작업했다. 요소 간에 우선 순위를 정해 조화시켜야했다. 숫자 1은 야구선수 등번호 같은 모양이다. '1번 타자'의 이미지와 함께, 가운데엔 노란색을 넣았다. 이것이 어떤 의미(세월호)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이 알 것이다. 중후하면서 믿음직한 이미지, 국민을 향한 따뜻한 이미지를 주고자 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사진이었다."

-안철수 후보 캠프에선 '경선 당시 사진'으로 포스터를 만들었던데.
"저는 현장 스냅 사진이나 행사 사진으로 대선 홍보 포스터를 만드는 건 성의가 없는 것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문 후보 사진, 혹시 고급 스튜디오에서 찍었나.
"포스터를 만들 때 문제는 문 후보 일정이 빡빡해, 사진 찍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방이라도 좋으니 한 시간만 내주면 어디든 달려가서 찍겠다고 했다. 전주·대전·청주가 물망에 오르다가, 청주에서 겨우 1시간이 비었다. 당장 청주 스튜디오를 물색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 한 '돌사진 전문 스튜디오'를 빌릴 수 있었다. 지역 사람들도 갑자기 문재인 후보가 대선 포스터를 찍겠다고 찾아오니 너무 놀라더라. 사진은 유명 남자 아나운서 친동생이기도 한 오하루 작가가 찍었다. 찍는 내내 주변에선 빨리 끝내라고 재촉하고, 정신 없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오 작가가 키가 아주 작고 아담한 여성인데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뒷걸음질 치며 찍고 있으니 문 후보가 순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따뜻한 눈빛이 나왔다. 그래서 좋은 표정을 포착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문 후보 포토샵 안했다'고 설명했는데 정말인가. 점 안 뺐나.
"음…. 점 몇 개는 뺐다. 흰머리 가닥·잔주름은 하나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놔뒀다. 배경이 하얗고 조명이 앞에 있어서 좀 밝게 나오긴 했다."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장이 자문한 안철수 후보 포스터도 상당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떤 것 같은가.
"저는 그 포스터가 나왔을 때, '아 이건 선수가 했구나'하는 걸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동시에 정치 광고라곤 안해 본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 3과 안철수만으로 가득 채운 레이아웃이 나쁘지 않다고 봤다. 나름 만세 부른 동작도 개성을 드러내고, 승리의 환호를 보여주고 싶은거 같았다. 당명(黨名)이야 안 들어가면 어떤가. '국민이 이긴다'라는 글씨가 있으니 작가의 의도나 시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문 후보의 '눈빛'을 국민과 맞추게 하려고 어떻게든 '진실되고 가감하지 않은 얼굴'을 아주 정교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그런데…."

안철수 포스터.

-그런데?
"안 후보 포스터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우리가 아는 안 후보가 아닌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자세히 봤다. 몸과 얼굴이 다른 사진이었다. 목 윗부분 얼굴을 다른 사진으로 붙여 합성했더라. 그걸 보는 사람이 못 느끼게 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경선장에서 찍은 사진 얼굴이 이상하다면, 더 잘 나온 얼굴 사진으로 감쪽 같이 합성해 고치고 싶은 유혹을 디자이너라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포스터는 안 후보 얼굴을 '좌우 반전'까지 시켰다. 가르마가 반대로 바뀌어 있다. 대통령 후보가 국민에게 내놓는 포스터가 이 정도로 왜곡이 되면 안 된다. 사람 얼굴은 좌우가 다르기 때문에 반전 시키면 낯선 얼굴이 된다. 이제석 소장은 광고계에서 워낙 유명하니 예전부터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다만 이번 포스터 합성은 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