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뽑기 게임에 사행성이 웬 말이냐." "소자본 생계사업 생존권을 보장하라."

13일 오후 1시쯤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 인형뽑기방 업주 1000여명이 구호를 외쳤다. 서울·부산·대구·광주 등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이들은 '생존권 보장'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3시간가량 시위를 벌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체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게임법'을 고집하면서 서민들이 다 죽게 생겼다"며 "인형뽑기방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경품(인형) 가격의 상한선을 현행 5000원에서 최소 1만원 이상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한국게임문화산업협회 소속 인형뽑기방 업주 1000여 명이 모여 ‘생존권 보장 총궐기 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뽑기방에서 쓰는 경품(인형 등) 가격의 상한선을 현행 5000원에서 최소 1만원 이상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1000원짜리 지폐를 넣고 집게를 조작해 인형을 뽑는 인형뽑기방은 지난해부터 대학가와 번화가 등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정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인형뽑기방은 전국적으로 2428곳에 달한다. 이 중 40%가량이 이날 시위에 참여한 것이다.

시위 장소로 문체부를 택한 것은 문체부가 현행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법) 주무 부처이기 때문이다. 게임법에 따르면, 인형뽑기방은 게임제공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품으로 소비자가격 5000원 이하의 완구류만 제공할 수 있다. 그 이상의 물품은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반하면 형사처벌(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행정처분(1회 적발시 영업정지 1개월·2회 3개월·3회 등록취소)을 당한다. 운영 시간도 오전 9시에서 밤12시까지로 제한하고, 청소년들의 출입은 오후 10시까지만 허용된다.

[문화·예술·청소년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은 최근 이 법을 근거로 사행성 조장 등을 뿌리 뽑겠다며 인형뽑기방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15일간 인형뽑기방 업소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547곳을 게임법 위반으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전국 인형뽑기방 가운데 20%가량이 적발된 것이다. 적발된 업주 중에서는 경품 기준 위반이 429명으로 거의 80%에 달했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뒤 인형뽑기방을 차린 정기찬(57)씨도 경품 가격에 걸려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정씨는 "사실상 5000원 이하인 정품 캐릭터 인형은 구하기가 어려운데 정부가 현실을 모르고 2007년에 만들어진 법을 지금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며 "만일 가격 기준을 맞추려고 짝퉁 인형을 쓰게 되면 상표법 위반에 걸린다"고 했다. 실제로 인형뽑기 기계 속에 있는 인형 대부분을 인형 가게에서 사려면 8000~2만원이 든다. 정씨는 "대출금과 노후자금 9300여만원을 탈탈 털어 충남 천안시 동남구에 인형뽑기방을 열었는데, 수천만원 빚만 졌다"며 "영업을 못하게 된 뒤 지금은 일당 6만~7만원을 받는 막노동을 한다"고 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인형뽑기방을 운영하는 안모(43)씨는 "영업정지를 당해 한 달 동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더니 매출이 3분의 1 토막이 났다"며 "월세 200만원도 내기 어려운 형편이라 벌금을 못 냈더니 전과자가 됐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법률에는 문제가 없어 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인형뽑기방이 청소년들에게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에 단속을 해야 하는 게 맞고, 5000원 이하로 작은 경품을 제공하며 합법적으로 운영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