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문화재청이 ‘증도가자(證道歌字)’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2010년 9월 공개된 뒤 7년 만이다.

문화재청은 13일 오후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오늘 개최된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 회의에서 고려금속활자(증도가자) 101점의 보물 지정 안건을 심의해 부결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조사를 마치고 그동안의 공개검증, 분석, 검토 결과를 종합해 결론을 낸 것이다.

증도가자는 1239년 제작된 불교서적인 보물 758-1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고 주장돼 온 금속활자다.

만약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공인되면, 1377년 간행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서적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 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는 증도가자의 서체를 비교하고 주조와 조판 등을 검증한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서체 유사도가 낮고 일관된 경향성이 보이지 않았으며, 조판 실험 결과 활자 크기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결국 문화재위원회는 증도가자 보물 지정은 불가하다고 의결했다. 다만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고 인정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3개 기관이 활자에서 채취한 먹의 방사성탄소 연대를 측정한 결과, 상한 11세기 초, 하한 13세기 초, 중간값 12세기 초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존 환경의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먹의 연대측정 결과만으로 활자의 연대를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한편 증도가자의 존재를 처음 알린 서지학자 남권희(61)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과학적 검증을 통해 진본이라는 증거를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며 반발했다. 남 교수는 “주조와 조판은 활자 자체의 진위를 판정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