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완결과 더불어 주인공 홍설도 졸업했다. 순끼 작가는 “웹툰 등장인물이나 사건은 실제와 관계없다”면서도 “작가의 경험에 기반해 창작된 것이라는 점에서 100% 순수 허구 캐릭터도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덫에서 빠져나오기까지 7년. 2010년 시작한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이 지난 5일 막을 내렸다. 데뷔작이면서 출세작.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순끼(여·필명·32) 작가와 이메일로 만났다. "오랫동안 어딘가에 갇혀있다 나온 기분"이라며 "이제야 휴가를 얻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했다.

큰 줄기는 무난한 여대생 홍설과 연예인급 외모에 완벽한 스펙을 장착한 선배 유정의 로맨스. 자상하지만 종종 경악하게 만드는 성격의 유정, '지질한' 스토커 오영곤 등 인간 군상의 복잡미묘한 관계에서 오는 싸한 심리 묘사가 극을 완성한다. 팬들이 '로맨스릴러' 장르라 평하는 이유. "싸우고 화해하는 대개의 이유가 개인 감정이 아닌 주변 상황일 때가 많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집중하면서 20대 또래가 겪을 만한 심적 방황을 가미했죠."

인기는 피곤한 것이었다. 작가 혹은 문하생을 사칭하거나 극도의 강박증세를 표출하는 팬도 있었다. "웹툰 캐릭터에 심하게 감정이입한 분들요. '캐릭터가 나랑 너무 비슷하다. 작가가 몰래 나를 쫓아다닌 것 아니냐'며 괴롭히는 거죠. 악플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고 또 선처하기도 했죠.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던 때예요." 끊임없는 연재, 그리고 위염 등의 건강 문제. "새벽에 작업하면서 동트는 걸 볼 때가 많았어요. 잠도 못 자면서요. 어느 날엔 그게 너무 서러워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오기도 했죠." 그러니 이 대답에 이의를 제기치 말자. "가장 기뻤을 때요? 완결했을 때요."

제목의 의미에 설왕설래가 많았다. 작가가 의도한 건 선택의 순간에 끼쳐오는 긴장감. "덫 안에 있는 향기 좋은 치즈에 손을 뻗을까 말까. 아슬아슬함을 원했어요. 선택엔 위험이 동반되잖아요." 결국 홍설과 유정은 사랑을 선택하고, 치즈를 쟁취한다. "완결 이후 '비로소 제목의 뜻을 알 것 같다'는 분들이 많았답니다."

웹툰은 지난해 tvN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됐고, 현재 영화화도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웹툰 캐릭터의 목소리나 외모가 어떤 건지 확인할 수 있어서 재밌어요. 진짜 배우들이 제가 쓴 대사를 읊는 것도 좋고요." 드라마 방영 당시, 웹툰 팬들의 원망이 많았다. 영상이 원작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치어머니'들의 격정. "등장인물마다 워낙 생각이 많아 배우들이 고생할 것 같아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원래 진로는 출판만화 쪽이었다. "대학 졸업 당시 웹툰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어요. 장기적으로 그쪽이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해 도전했죠." 판단은 옳았다. 최종화에 이르러 홍설도 대학을 졸업했고, 새로운 미래로 걸음을 옮긴다. "빨리 복귀하진 않을 거예요. 차분히 차기작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