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물었다. "스몸비 알아?"
영어 신조어는 꽤 친숙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듣자하니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 왜 '스몸비'인지 궁리해보았다.
우선 '스비'가 아닌 이유. '스마트폰'은 네 음절이지만 'smartphone'은 두 음절이다. 영어에서는 '스마트'가 한 음절이기에 '스'만 떼어낼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어 '스몸비'는 세 음절이지만 영어 'smombie'는 두 음절이다. 즉, 한국어 '스몸비'에서는 '좀비'를 연상하기 힘들지만 영어 'smombie'는 'zombie'와 거의 비슷하게 들린다.
물론 'smartphone'과 'zombie'를 합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phombie' 'phonbie' 등도 구글에서 적잖이 검색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어가 주로 단어의 첫 글자를 합쳐 신조어('금사빠' '답정너')를 만드는 데 반해 영어는 'smombie'처럼 앞 단어의 첫 글자와 뒤 단어의 끝 글자를 합치는 경우가 많다(한국어로 치면 '뽀통령'). 하긴 영어에서는 단어의 첫 자음을 치환하는 수법이 흔히 쓰인다('hokey-pokey' 'roly-poly'). 이것은 단어의 강세가 의미 구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smartzom'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똑똑한 smart 뿌리줄기 rhizome'를 떠올리기 쉽다.
이렇듯 영어는 합성어를 만드는 방식이 한국어와 다르기에 영어 신조어가 유입되어도 입에 착 달라붙지 않을 때가 많다. 한국어의 조어법에 맞아야 확장성도 커진다. 이를테면 '셀카'는 '폰카' '몰카' 등과 짝을 이루지만, '셀피'는 한국어 생태계에 섞여들지 못한다[영어에서는 'helfie(머리카락 셀카)' 'belfie(엉덩이 셀카)' 등으로 확장된다]. '스몸비'도 한국어에 정착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스몸비는 중요한 사회 현상이어서 이를 일컬을 단어가 꼭 필요하다. '스마트폰'과 '좀비', 당신이라면 어떻게 합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