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정부는 중국에 항의 한번 못하나요." "중국에 미세 먼지 보상금 요구해야 합니다."
최근 중국발(發) 고농도 미세 먼지가 국내로 자주 유입돼 시민의 고통이 커지면서 중국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런 불만은 지난 5일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안경재 변호사는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 먼지가 심해 천식이 생겼다"며 3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국경을 넘어온 대기 오염 물질로 건강·생태계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상대 국가에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북미, 유럽에서도 분쟁
월경(越境) 오염 물질에 대한 국제분쟁 사례는 여럿이다. 그 가운데 대기 오염 물질 피해를 실제로 배상한 것은 1930~1940년대 진행된 미국·캐나다 사이 '트레일 제련소(Trail Smelter)' 사건이다. 당시 미국 워싱턴주 주민들은 인접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트레일 지역의 제련소가 "아황산가스를 뿜어내 과수 농장 등이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이 문제를 심의하는 국제공동위원회가 결성됐고, 두 차례 국제 중재재판까지 진행된 끝에 캐나다 정부는 미국 주민들에게 총 42만8000달러를 배상해야 했다.
동남아시아에선, 1990년대부터 대형 농장 등을 만들기 위해 인도네시아 밀림에 고의 또는 자연적으로 발화한 불에서 발생한 연기가 싱가포르 등으로 넘어가면서 '연무(煙霧·Haze) 갈등'이 진행 중이다. 항공기 운항을 정지시킬 정도로 극심한 오염 현상이 해마다 발생하자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 2014년 강경 대응책을 내놓았다. '국적을 불문하고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을 포함해 오염 유발 업체에 대해선 하루 최대 8500만원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법을 제정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싱가포르가 인도네시아 업체를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때마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만 할 뿐 문제 해결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협약 체결로 분쟁 해결"
국내 환경법 전문가 사이에선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모델로, 1979년 유럽연합 주도로 체결된 '월경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에 대한 협약(CLRTAP)'이 거론된다. 이 협약은 1960년대 말 스웨덴 과학자들이 영국 등에서 넘어온 대기 오염 물질로 산성비가 내린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북유럽 국가 중심으로 다양한 국제협의체를 통해 영국 등의 설득을 이끌어내면서 유럽과 북미 34개국까지 동참했다. 10여 년 논의 끝에 '모든 협약 가입국은 1993년까지 황산화물 등의 오염 물질을 30% 감축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고, 가입국들은 모두 이를 이행했다.
소송을 통해 상대 국가에 책임을 물으려면 국경을 넘어온 오염 물질의 양과 건강 피해 사실의 인과관계 등을 정밀하게 입증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중국의 초미세 먼지 관련 배출량 자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법적 책임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환경법)는 "트레일 제련소 사건에서는 캐나다 정부가 (미국 주민에게) 피해를 끼친 사실을 인정했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면서 "중국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법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