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초등학생 필수템 '힐리스'…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레저 슈즈로 인기
14년 만에 화려한 부활, 작년 한 해 4만 족 판매
안정성 논란은 여전… 헬멧, 무릎 보호대 꼭 착용해야
이 녀석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14년 전 가수 세븐이 무대를 유영하며 유려한 몸놀림을 선보였을 때 신었던 그 신발, 바로 바퀴 달린 운동화 힐리스(Heelys)다. 당시 힐리스를 따라 신고 그의 모습을 흉내 낸 학생들이 좀 많았던가? 하지만 열풍도 잠시, 힐리스 때문에 사고가 나고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어느샌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린 비운의 아이템으로 기억되고 말았다.
그런 힐리스가 다시 돌아왔다.
◆ 돌아온 힐리스, ‘강남 운동화’로 인기… 작년에만 4만 족 이상 판매
지난 21일 힐리스를 판매하는 ABC마트 코엑스몰점에는 단 3가지 제품만이 진열되어 있었다. 남아있는 제품도 고학년 용의 큰 치수뿐이었다. 매장 관계자는 갖고 있는 재고가 거의 소진돼 이것뿐이라며, 4월 중순 새로운 사이즈가 입고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힐리스를 공식 수입 판매하는 토박스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ABC마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제품이 갖춰져 있었지만, 일부 사이즈는 재고가 빠진 상황. 매장 관계자는 “인기 사이즈인 210~220mm는 몇 개 남지 않았다”며 이번 주말이 지나면 더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토박스 매장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개학 후 학교에 간 아이가 친구들이 신고 온 힐리스를 보고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매장에 나왔다. 찾는 사이즈의 재고가 없어 아이가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힐리스를 공식 수입 판매하는 토박스코리아는 작년 2월 힐리스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이 10만 원대 초반으로 고가인 탓인지 초기에는 강남과 판교 등지에서만 반응을 얻었지만, 이 지역 아이들이 신으면서 ‘강남 운동화’로 입소문이 나 전국적으로 유행이 번졌다. 이 회사는 작년에만 힐리스 4만 족을 팔아치웠다. 올해 들어서도 전국 42개 매장에서 월 7,000족 이상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토박스코리아는 힐리스의 상승세에 힘입어 내달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힐리스는 1998년 미국 로저 애덤스가 고안한 것으로 신발 밑창에 롤러를 부착해 신을 수 있는 레저 슈즈다. 화려한 디자인에 역동성, 경량성, 운동의 기능을 접목했다. 국내에선 2003년 가수 세븐이 신고 나와 한 차례 인기를 끌었으며, 지난해부터 다시 유행되면서 초등학생들의 ‘필수템’이 됐다.
힐리스 열풍 이유는 ‘재미’에서 찾을 수 있다. 신발에 바퀴를 끼우기만 하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듯 간편하게 놀이를 즐길 수 있다. 화려한 디자인도 매력 요소다. 강렬한 컬러 배색, 반짝이는 원단 등을 적용한 20여 가지의 디자인이 어린이들의 감성을 사로잡는다.
원용재 토박스코리아 부장은 “부모 세대인 40대 중장년층에게는 청년기의 추억을, 어린이들에게는 신선한 놀이 문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출시한 성인용 힐리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안전성 논란은 여전… 사고 재발 않도록 안전 대책 마련해야
힐리스를 얘기할 땐 늘 안전성 논란이 따라붙는다. 힐리스가 한창 유행하던 2003년 어린이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힐리스를 신은 아이들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서울에 사는 한 주부는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가 내리막길을 달리다 트럭에 부딪혀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걸 목격했다”며 충격을 토로했다.
마트와 백화점 등 공공장소에서의 사고도 빈번하다.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에서는 속도를 내기 어렵지만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이 깔린 백화점에서는 속도를 낼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는 힐리스 기술을 뽐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트에 갔는데 힐리스를 신은 아이가 좁은 매장을 내달리다 균형을 잃고 넘어져 크게 다쳤다’, ‘뷔페 식당에 갔는데 힐리스를 신고 달리던 아이와 충돌해 손에 든 접시를 엎지를 뻔했다’는 등의 후기가 속출한다. 스스로 제어가 어려운 아이들이 주로 신다 보니 사고 위험이 높아 공공장소에서는 힐리스 금지령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최근 바퀴 달린 신발 착용 시 안전사고에 유의하라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공지했다. 한국소비자원도 힐리스에 대해 소비자안전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권고일 뿐 힐리스를 금지하거나 보호장비 착용을 의무화 한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힐리스 관련 신고 사례가 대부분 사용 부주의에 의한 사고인 만큼 규제를 강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가 장시간 힐리스를 착용했을 때 성장 발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힐리스는 바퀴가 들어가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뒤꿈치 쪽 바닥이 더 높아, 착용했을 때 마치 키 높이 신발을 신은 것처럼 까치발을 든 상황이 연출된다.
의학계는 성장기 어린이들이 이러한 보행을 지속하게 되면 발목 관절 등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바닥도 일반 운동화처럼 쿠션이 들어간 푹신한 바닥이 아닌 딱딱하고 무거운 편이어서 아이들이 장시간 신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토박스코리아 측은 “힐리스는 매일 신는 운동화가 아니라 놀이용 레저 슈즈”라며 힐리스의 바퀴가 탈부착 가능한 만큼 평소에는 바퀴를 빼고 다니고 놀이 시에만 바퀴를 부착할 것을 권했다. 주행방법과 뒤꿈치를 활용한 정지기능을 정확히 숙지하고, 보호 장비를 착용하면 우려할만한 사고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