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경선 투표가 22일부터 시작됐다. 더민주의 최종 대선 후보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3일 나온다.
투표 전날까지 팀원들의 휴대전화에도 더민주 경선후보 지지자들의 이런 저런 홍보 메시지가 마구 마구 날아들었다. 국민경선인단 모집 문자다. 지난 21일까지 더민주 국민 경선인단엔 모두 214만3330명이 모였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쏟아졌던 '더민주 경선인단 모집 메시지 폭탄' 중 팀의 눈길을 끈 대목은 이랬다.
'휴대폰에 있는 모든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전달 부탁드립니다. 문자로 전달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카톡으로 전달하는 것은 무방.'
똑같은 글 뿌리는데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면 불법이고 카톡으로 날리면 합법이라니, 이건 무슨 소리인걸까.
이건 민주당이 먼저 시작했으니 그렇고, 다른 경선을 앞둔 다른 정당들에게도 이런 규정은 그대로 적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게 문자를 전달한 다음, 팩트체크를 해봤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공보과 주무관의 대답. "네. 맞아요. 그런데 이유를 물으시면 설명하기가 좀 복잡한데…."
공직선거법, '문자=문자메시지, 카톡=전자우편'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문자는 '문자메시지'고, 카톡은 '전자우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왓츠앱, 텔레그램…. 뭐 이런건 다 전자우편으로 분류해요. 그래서 차이가 생깁니다."
문자든 카톡이든 '기능'은 같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선 이 '선거운동 수단'을 '다른 부류'로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공직선거법 59조 3항은 전자우편을 이렇게 정의한다. '컴퓨터 이용자끼리 네트워크를 통해 문자·음성·화상 또는 동영상 등 정보를 주고 받는 통신시스템.' 여기에 카톡류(類)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철 문자 공해를 막아보려고 '선거 홍보 단체 문자' 전송 요건을 까다롭게 제한해왔다. 카톡은 '전자우편' 계열에 속해있기 때문에 이런 '선거 문자폭탄 규제'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법망을 빗겨간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선법에 '자동 동보통신(同報通信)' 관련 요건이 나오는데, 거기에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관련 규제가 있다"고 했다. 자동 동보통신은 쉽게 말하면 '단체 문자'. ▲수신자 수(數)에 상관없이 '컴퓨터 단체문자 발송 프로그램'으로 뿌리거나 ▲사람 손으로 보내더라도 한 번 보낼 때 수신자가 '20명'이 넘으면 자동 동보통신으로 친다.
이런 문자 폭탄은 후보자·예비후보자 본인만 보낼 수 있고, 문자 안에 반드시 포함시켜야할 필수 내용(선거운동정보라는 사실, 불법수집정보 신고 전화번호 등)도 따로 있다. 또 전송 횟수도 8번까지만 쏠 수 있고, 선관위에 발신 전화번호를 미리 신고해야한다. 반면 전자우편 관련 규제는 '이메일 폭탄' 부분만 있고, '카톡류 문자 폭탄'에 대해선 현재 별 다른 조항이 없다.
선관위 측은 "이런 자동 동보통신 관련 조항도 올해 2월 새롭게 바뀐 것"이라며 "새로운 매체가 시시각각 등장하고 있고, 법망을 피해가는 선거운동 방법도 꾸준히 나오면서 공직선거법도 그때 그때 재개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2017대선 홍보공식, SNS를 잡아라
결국 '카톡 합법' 논란은 법률 대응이 매체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생겨난 '틈새'다. 5월 9일 장미대선을 앞둔 각 정당의 선거캠프들은 이런 틈새에 놓인 '뉴미디어 홍보 수단'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표심이 크게 엇갈릴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카카오톡 말고도, 새로운 홍보수단이 많아진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SNS를 활용한 홍보·광고의 경우 출연 횟수나 기간 등 선거 운동 방법에 있어서 자유롭게 풀어져 있는 상태"라고 했다.
강적들(TV조선)·썰전(JTBC)·외부자들(채널A) 같은 정치예능도 '100분 토론'과 마찬가지인 '토론 방송'으로 분류되는 요즘이다. 대선 후보자들은 선거 90일 전부터는 선관위 주관 대담·토론회, 경력방송, 방송연설, 광고방송, 보도·토론방송 같은 규정에 나온 프로그램외에는 방송 출연을 할 수 없다.
TV방송과는 달리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라이브 중계·유튜브는 출연에 제약이 없다. 라디오와 사실상 기능이 같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도 아무때나 출연할 수 있다.
법 개정으로 이번 5월 9일 대선 투표 당일에는 '투표 인증샷'을 찍을 때에도 손가락으로 기호 1·2번을 암시하는 '따봉'·'브이자'를 그리거나, 아예 특정 후보를 뽑았다고 대놓고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지드래곤·설현·수지에서부터 이승철·나훈아·조용필·이미자 같이 '열성팬 동원력'을 가진 유명 인사가 특정 후보 투표 인증사진을 선거 당일 실시간으로 SNS에 올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젊은층만 이런 SNS 홍보 마케팅의 최종 타겟이 아니다. 태극기 집회 현장에 한 번 가보면, 중장년층의 뉴스 소비와 정치적 의견 표출이 '카톡 채팅방'에서 얼마나 열성적으로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너덜너덜해진 스물세살 공직선거법…왜?
올해로 스물세살인 '공직선거법'의 별명은 '누더기법'이다. 금뱃지가 걸려있는 법이라, 국회의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지금까지 70여차례에 걸친 개정을 하다 결국 너덜너덜 해졌다.
공안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익명의 한 검사는 "공선법 조항들이 모호하고 추상적인데다, 해석의 여지가 많아 사실 검찰의 '재량권'도 많은 편"이라며 "결국 이런 맹점이 선거 전까지는 경험 부족한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선거 후에는 집권세력의 '야당 단속권'으로 남용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신랄하게 말했다.
"현장에서 선거법을 체득한 정치 9단, 비싼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기득권은 복잡한 공직선거법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신진 세력은 의도치 않게 법을 위반할 수도 있어요. 법 해석이 안돼 선관위에 질의한다고 해도 답변이 며칠씩 늘어질 수도 있죠. 부동층 표심이 하루 이틀 사이에 출렁거리는 박빙 지역에서 후보자들은 피가 마른다고 하더군요. 선거 후에는 또 다른 판도가 펼쳐집니다. 공선법이 왜 이렇게 복잡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일부 법조인은 '이 법안 자체가 정권 잡은 세력이 야당 단속하려고 어렵게 만든 법'이라고 냉소적으로 비틀어 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