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아침 강원 동해시 대진항. 대게 철을 맞아 분주한 항구 선별장에서 어민 황모(61)씨가 해경에 붙잡혔다. 선별장 구석에 암컷 대게 960마리를 숨겼다가 적발된 것이다. 황씨는 해경 조사에서 "대게 철이라 빵게가 인기다. 게살만 따로 찾거나 게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돈이 된다"고 진술했다. 암컷 대게는 배딱지가 둥그런 모양이라 '빵게'로 불린다.

동해안의 대게 어획량이 매년 줄자 법으로 포획이 금지된 암컷 대게와 9㎝ 미만의 어린 대게를 잡는 어민들이 늘고 있다. 동해해경본부에 따르면 불법 포획된 대게는 2014년 8만601마리에서 작년 29만7002마리로 4배 가까이 치솟았다. 해경 단속 건수도 2015년 35건에서 작년 70건으로 2배로 올라갔다. 올해는 2월까지 불법 조업 13건이 적발됐다.

암컷 대게는 보통 1마리당 10만개의 알을 품고 있다. 10만개의 알 중 100마리 정도만 대게로 자라는데, 1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해경은 매년 20척 정도의 어선이 총 200만마리의 암컷 대게를 불법 포획한다고 추산한다. 암컷 대게 한 마리가 약 1만원이니 단순 계산해도 200억원이다. 무게로 따지면 600t가량. 작년 어획량(1546t)의 39%를 차지한다.

암컷 대게를 잡으면 미래 어족 자원의 씨가 마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르면 암컷 대게와 9㎝ 미만 대게를 보관하거나 판매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수컷 대게보다 맛이 좋고 살이 꽉 찬 빵게 수요는 여전히 많아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대게 어획량은 2014년 2412t에서 작년 1546t으로 떨어졌다. 값은 크게 올랐다. 포항 구룡포의 한 어민은 "1㎏당 3만원이던 대게 시세가 최근 5만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해경 관계자는 "12월부터 5월까지 암컷 대게 보관, 매매, 포획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