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일찍 태어났더라도 투표할 수 있는데…."
1998년 5월 11일에 태어난 부산대 신입생 박지수(가명)양은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5월 9일로 정해지자 맥이 풀렸다. 올해 첫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생일 단 하루 차로 대선에서 투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만 19세가 넘는 성인에게 투표권을 준다. 이때 만 19세는 선거일 자정을 기준으로 한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는 1998년 5월 10일생까지만 투표할 수 있다. 박양은 올해 우리 나이로는 20세지만, 선거일에 만으로는 18세밖에 안 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는 "제일 중요한 선거라는 대선 투표를 5년 후 우리 나이로 스물다섯이나 돼야 하게 생겼다"며 "틈틈이 여야 대선 후보 공약을 살피며 누구 찍을지 고민했는데 모두 헛수고가 됐다"고 했다.
원래 12월이던 대선이 올해는 이례적으로 5월로 앞당겨지면서 박양처럼 생일이 늦은 20세(한국 나이 기준)가 줄줄이 투표를 못 하게 됐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1998년생은 총 67만9307명이고, 이 중 5월 11일 이후 출생자가 절반이 훨씬 넘는 39만1406명이다. 특히 불과 하루 차로 투표하지 못하는 5월 11일생도 2024명에 이른다.
차기 대선부터는 투표를 못 하는 20세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선일은 현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 70일 전을 기준으로 첫 번째 수요일이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대선은 대통령의 궐위(闕位)로 치러지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5년 임기가 시작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20대 대통령 선거는 2월 말~3월 초에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20세 청년 가운데 1~2월생이 아닌 대부분은 투표를 못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신입생 이모(18)씨는 "대학에 입학해 떳떳하게 술·담배도 살 수 있는 성인이 됐는데 투표를 못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