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 청량리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부산 부전까지 7시간 40분 걸린다. 주로 중앙선 선로를 지나는 이 열차는 서울~부산 KTX(2시간 15분)에 비해 시간이 3배가 넘게 걸려 이 열차를 타고 서울~부산을 오가는 승객은 거의 없다. 하지만 오는 2020년 이후엔 이 열차가 '고속철도 대체재'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선로 직선화 등 고속화 사업이 완료되고, 시속 250㎞급 열차(EMU-250)가 투입되면 현재보다 4시간 34분 줄어든 3시간 6분 만에 청량리~부전 구간을 주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반철도 열차(새마을·무궁화호)는 고속철(평균 시속 162㎞)의 절반 수준인 평균 시속 81~86㎞로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고속화 사업이 이뤄지면 평균 속도가 시속 117~166㎞까지 향상된다.
13일 한국철도시설공단·한국교통연구원의 '일반철도 6대 노선축 고속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하반기 개통할 원강선(원주~강릉)을 시작으로 중앙선(2020년 완공), 서해선, 경전선, 중부내륙선, 경강선 등의 노선축별 고속화 사업이 2025년쯤 마무리되면 열차 운행 시간이 현재 새마을·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할 때보다 최대 3~4시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중앙선 고속화가 완료되면 수도권 동북부 주민들은 서울역에서 KTX를 탈 필요 없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청량리역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고속화 열차가 버스·자동차 등 다른 교통수단을 대체하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새마을·무궁화호 열차와 비교하면 시간 단축 효과는 뚜렷하다. 신안산선 등 광역철도(2023년까지 건설)와 서해선(2020년까지 건설)·장항선(2020년까지 개량) 등을 연계한 서해선축의 고속화가 완료되면 서울 여의도에서 전북 익산까지 1시간 45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기존 서울 용산~익산 구간을 무궁화호 열차(3시간 내외)를 타고 갈 때보다 1시간 15분 더 빠르다. 국토부는 "평창 동계올림픽(내년 2월)을 앞두고 개통할 원강선 등을 이용하면 청량리에서 강릉까지는 1시간 15분에 갈 수 있다"면서 "현재 청량리~정동진(강릉) 무궁화호 열차(5시간 8분)에 비해 3시간 53분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오는 2020년 부전~마산 노선이 완성되면 광주송정에서 신경주까지 3시간 12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같은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3시간 20분)보다 빠르다.
정부는 일반철도 고속화를 위해 선로 직선화 등을 추진해왔다. 상하행 열차가 하나의 선로를 공유하는 단선 구간을 복선으로 바꾸거나, 전기기관차가 다닐 수 있도록 전차선을 설치하는 '전철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새로 건설하는 일반철도 선로를 시속 200~250㎞ 수준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일반철도 고속화 사업의 일부다.
이 고속화 노선에는 새마을·무궁화호 열차(운행 최고 시속 140㎞)보다 훨씬 빠른 EMU-250 열차가 투입될 예정이다. 올 하반기 개통하는 원강선에도 일단 KTX가 다니지만 EMU-250으로 대체된다. 열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EMU-250 열차는 기존 열차들에 비해 가속·감속 능력도 좋아 추가적인 시간 단축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