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군 당국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주한 미군 배치를 시작했다. 국방부는 사드 일부가 지난 6일 밤 한국에 도착했다고 7일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 있던 이동식 발사대(미사일 발사관 8기) 2기가 오산 공군 기지로 옮겨진 것. 뉴스로만 접하던 ‘사드’가 한국인에게 실제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7일 오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일부가 지난 6일 한국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주한미군이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사드를 수송기에서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시키는 모습.

‘THAAD’는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영어식 줄임 표현(acronym)이다. 국립국어원은 제 122차 영어표기법 회의(2015.8.27)에서 ‘THAAD’의 한글 표기를 ‘사드’로 정했다.

손흥민 프로필.

외국어 고유명사는 원천 발음, 즉 고유명사의 모국에서 사용하는 발음에 최대한 근접하게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손흥민의 소속팀은 ‘토트넘 홋스퍼’, 박지성의 지인은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됐다. 하지만 ‘THAAD’는 고유명사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외래어 표기법을 따라 적는다.

수시로 터져나오는 번데기 발음.

‘THAAD’의 ‘TH’는 영어를 배우는 유치원생들이 처음 만나는 난관인 ‘땡큐’의 번데기 발음과 같은 소리다. 감사함의 표시는 [땡큐]라고 소리내는 것이 일반적이며 굳이 [생큐]라고 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th’를 ‘ㅅ’으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thank you’를 ‘생큐’, ‘think’를 ‘싱크’로 적는 것이 옳은 표기법이다.

‘AA’는 ‘ㅏ’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며, 한글 표기는 장음 표기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ㅏ’로 쓴다.

따라서 ‘THAAD’는 ‘따아드’가 아닌 ‘사드’가 됐다.

한국인들이 ‘사드’를 소리 내어 읽을 때는 [싸:드] 혹은 [싸아드], 즉 자음 ‘ㅅ’은 된소리로 내고 모음 ‘ㅏ’를 장음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영어 표기 ‘TH’와 ‘AA’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한국인들의 노력이 아닌가 짐작하지만, 근거는 없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사드’를 어떻게 발음할까? 한 네티즌은 ‘사드’의 미국식 발음이 [thㅏ드]라고 하나마나한 소리를 했다. 어차피 한국어로 표기하고 발음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견해. 다른 네티즌들은 [쌔애드], [따아드] 등등… 심지어 [떠ㄷ드] 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가?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미국 거주 경험자, 하루가 멀다하고 기사 아이템 없다고 투덜대며 머리에 헤어롤을 말아올리기 바쁜 조선일보 인턴 박모(여·24)씨에게 물어봤다. 박 인턴은 “[thㅔㅔㄷ] 딱 이거에요”라고 했다. 번데기 발음을 자음으로 쓰고 ‘ㅏ’가 아닌 ‘ㅔ’ 혹은 ‘ㅐ’를 길게 소리냈다.

다음으로는 한국 문화 채널 ‘아리랑TV’를 살펴봤다. 발음을 연구하려고 확인한 뉴스는 작년 7월 방송된 ‘THAAD deployment in South Korea, a new paradigm for Korean defense system’. 새 무기 시스템인 ‘사드’와 기존 미사일 체계를 비교 분석하는 약 2분 40초 짜리 방송 리포트였다.

아리랑 뉴스의 아나운서와 리포터는 [쌔애드]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몇 번을 다시 들어봐도 다르지 않았다.

다음으로 확인한 영상은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7일자 영상 리포트. ‘왜 중국은 한국의 사드를 반대하나(Why China Opposes Thaad in South Korea)’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목소리만 나오는 코멘터는 사드를 [때애드], 굳이 번데기 발음을 살려 표기하자면 [thㅐ애드]라고 읽었다.

기왕 시작한 것이니 미군 간부의 발음도 들어보자. 영상 시작 후 42초쯤부터 ‘THAAD Project Manager’라고 소개된 찰스 드리즈넥 대령이 나온다. 결정적 순간은 55초쯤이다. [쓰애드~]

요약하자면, 하늘 저 높이에서 적군의 미사일을 섬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고성능 레이더가 달려 중국이 매우 싫어하는 이 신형 무기는 멋들어진 이름이 따로 붙지 않았기 때문에 태평양을 건너는 순간 이름이 [때애드]에서 [싸아드]로 바뀌게 됐다는 ‘새드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