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북쪽 환승역인 킹스크로스(King's Cross) 기차역은 늘 붐빈다. 6개의 런던 지하철 노선과 이어지는 데다 파리행 유로스타의 시발역인 생 판크라스 역이 인접하여 연간 7000만명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1999년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밀스러운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재현한 포토존이 이 역에 생긴 이래로 관광객들이 계속 늘고 있다. 호그와트행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벽돌로 만든 아치형 승강장으로 돌진하던 해리포터와 같은 모습을 촬영하려고 관광객이 줄을 선다.

런던 킹스크로스 기차역 서쪽 대합실. 디자인: 존 매카슬란+파트너스, 시공: 빈치, 2012년 완공

2012년 12월부터 포토존 바로 옆에 해리포터 기념품점이 생겨 마술 지팡이, 유니폼, 목도리, 넥타이, 머그컵 등 기념품을 비싼 값에 판매하며 성업 중이다. 그런 현상을 반영하듯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완공된 서쪽 대합실의 실내건축디자인은 다이아그리드 천장과 은은한 조명 효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대 길이 150m, 폭 52m, 면적이 2300㎡(약 696평)에 달하는 널찍한 대합실의 반구형 천장에는 높다란 천창(天窓·높이 20m)이 설치되어 있다. 다섯 다발의 흰색 강철 기둥들이 서로 얽혀 방사형으로 확산되는 천장 구조는 거대한 나무줄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주변의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형성된 폭포수가 가운데로 역류하는 느낌이 들게도 한다. 햇빛의 조절과 조명 연출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투명 접합유리와 불투명 알루미늄 판재를 적절히 배합하여 마감했다. 24개의 아놀리스 아크패드 LED 조명 시스템은 상황에 맞추어 "완벽하게 아름다운 빛의 흐름"을 연출해낼 뿐만 아니라 연간 100t의 CO₂를 저감하여 종사자들은 물론 승객들의 건강도 지켜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해리포터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스토리를 현실 세계에 재현하여 눈요기와 쇼핑할 거리를 만들어내는 재능과 혁신 역량이야말로 영국 창의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