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1월 20일 한국 근무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4일 워싱턴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리퍼트 전 대사의 '한국 사랑'은 여전했다. 한국 식당을 찾아다니고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요즘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워싱턴 정가의 주요 이슈를 해설하는 토크쇼를 준비 중이다.
그는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특히 우려했다.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내린 책임 있는 결정을 지켜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앞으로 중국이 이 같은 압력 수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이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등 사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이런 식으로 경제 압박을 가하는 건 한국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입장이 다른 결정을 내리면 중국은 경제 수단을 동원해 그 결정을 바꾸려고 했다. 일본과 센카쿠 영유권 갈등이 있었을 때도, 필리핀과 스카버러 암초로 문제가 생겼을 때도 그랬다. 순전히 방어를 위한 시스템인 사드 배치 결정은 대한민국이 동맹국인 미국과 의논해 주권과 책임을 행사한 것이다. 그 이유는 오로지 점점 더 심각해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사드 압박이 심해지면서 정작 북핵 위협이란 문제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드 문제의 본질은 북한 정권의 행동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 한·미 동맹은 이 같은 위협으로부터 한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하게 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이는 국제법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과 미국에 압력을 넣을 게 아니라 협력을 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해 이 위협을 제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은 이 문제의 뿌리인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에너지와 역량을 쏟아야 한다."
―우리 외교부는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중요한 건 사드 배치 결정 그 자체만이 아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한국 정부가 조약 동맹인 미국과 함께 북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 주권을 행사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지키느냐의 문제도 걸려 있다. 성공적인 사드 배치는 한국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다. 한·미가 중국의 경제 압력에 대응하지 않고 사드 배치를 완료하면 중국이 앞으로 다른 나라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 또 이런 식으로 압력 수단을 쓸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다음 정부로 넘겨서 국회 비준절차와 외교적 노력을 더해서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문 전 대표를 매우 존중하고 친한 사이다. 앞으로의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선 후보로서 밝힌 입장에 대해서는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 그건 오로지 한국민들이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제 대선이 실시되든, 새로 선출된 정부는 안보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 결정을 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있다. 첫째 한국인들을 북의 위협으로부터 얼마나 잘 보호할 수 있는가. 둘째 그 결정이 향후 주권국가로서의 결정 능력에 영향을 끼칠까. 셋째 한·미 동맹에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그리고 그 결정이 한국인들의 민주적 염원인가이다. 하지만 현재는 한·미가 양국과 동맹을 위해 최선의 이익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을 따르고 있다. 한·미는 최근 사드 배치를 재확인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현명한 결정이다."
―중국의 보복성 압력에 직면한 한국을 미국이 도울 방법은 없나.
"미국이 한국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는 일정을 당겨서라도 사드를 신속하게 배치해 한국인들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국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런 식의 경제적 압력은 역효과를 낳을 뿐이므로 중단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검토하면서 외교·정치·경제 분야의 장·단기 대응 방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을 돕고 중국이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한·미는 중국의 이런 행동을 우려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중국이 한국에 대한 입장을 바꾸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래서 중국이 추후 또 다른 국가에 대해 비슷한 일을 하지 않게 해야 한다."
―한국이 최순실 사건과 탄핵으로 혼란스럽다. 한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모든 혼란에도 한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문화와 위대한 민주주의를 가진 위대한 국민임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한국은 언제나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이용해온 독특한 나라이다. 이 상황이 끝나면 한국이 더 강한 나라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미래는 매우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