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함께 안 좋은 시선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3·연세대)가 은퇴를 선언했다.
손연재는 4일 서울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는 24살 손연재로 돌아가려고 한다. 리듬체조 선수 생활 동안 배웠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종합 4위에 오른 한국 리듬체조의 보물이지만 그동안 실력보다는 외모로 인기가 많다는 등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그때마다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안 좋은 시선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리듬체조 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손연재는 11살에 출전한 2005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초등부 리듬체조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5년 뒤에는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해 성인 선수들을 누르고 국내 최정상 자리에 섰다. 아울러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후 17세 불과했던 2011년 1월 리듬체조 최강국으로 꼽히는 러시아로 떠나 고된 훈련을 버티면서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1위에 올라 2012 런던올림픽 자력 진출권을 따냈고, 18살에 나선 올림픽에서는 개인종합 예선에서 6위를 기록하며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결선 무대에 진출했다. 최종 무대에서도 5위에 오르며 차기 올림픽의 메달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메달권에 들지 못했지만, 아시아선수 최초로 개인종합 4위에 오르면서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손연재는 “그동안 보내주신 사랑과 관심 잊지 못할 것이다. 선수로서 지켜봐 주고 응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끝이 아닌 시작이라 생각한다. 받은 사랑만큼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연재와의 일문일답
-선수 생활 돌이켜봤을 때 행복했던 시간과 기억에 남는 시간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시니어 데뷔 무대를 치렀다. 메달을 꼭 따고 싶었고 메달을 따고 난 후에는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2016 리우 올림픽 대회도 뜻깊다. 리듬체조 17년의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은퇴 후 앞으로 계획과 앞으로 10년 뒤 손연재의 모습은.
“올림픽 시즌 동안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서 휴학한 상태다.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선수가 아닌 학생으로서 학업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제 선수는 아니지만 리듬체조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여러 대회서 좋은 성적 냈는데, 기억나는 대회는.
“마지막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르면서 한 번쯤은 애국가를 듣고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아시아선수권서 큰 경기장에서 5번 애국가를 들었다.”
-은퇴를 했을 때 어떤 결심이었나. 아쉬움은 없나.
“리듬체조 종목 선수들의 평균 은퇴 시기가 대략 23~24살 정도다. 다른 종목보다 은퇴가 빠르다. 많은 분이 아쉬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5살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리듬체조를 뺀 나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은퇴를 하겠다는 생각은 항상 생각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이후 은퇴를 하려고 했다. 그래도 두 번째 올림픽 무대서 할 수 있는 것들 다 해보고 은퇴하자는 마음이 컸다. 은퇴는 천천히 준비했다. 정말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내기 위해서 훈련하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
-그동안 비난 댓글도 많이 받았다. 은퇴를 하는 시점에 대해서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안 좋은 시선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때마다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안 좋은 시선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 것들로 인해 내가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지도자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은 학생 신분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아직 어리다. 한참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다. 5살 때부터 지금까지 리듬체조 하면서 운동 외적인 경험을 할 기회가 적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할 수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는 부분 있다면 도울 것이다. 내가 러시아에서 훈련했던 경험을 한국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외국에서 훈련하면서 부러웠던 것은 무엇인가. 한국에서도 꼭 도입했으면 하는 시스템은.
“한국 선수들이 대회를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다. 선수들은 대회를 통해 얻는 것이 많다. 한국 선수들이 많은 국제대회에 나가 경험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