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출신인 조선일보 양은경 법조전문기자가 20대와 30대를 위한 온라인 법률 상담소, 를 개설했습니다.
2030이 사회에 발을 디딜 때 흔히 마주하는 벽 중 하나가 바로 ‘법’입니다. 툭하면 법대로 하자는데 법에 대해 아는게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법을 어기는 건 상대쪽 같은데, 워낙 당당하게 나오니 되려 제 쪽에서 움츠러듭니다. 빈 주머니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다 포기했는데 변호사 자문은 무슨 돈으로 구하나요.
그래서 양기자가 나섰습니다. lawtip@chosun.com로 고민을 보내 주시면, 정기적으로 이 중 하나를 택해 공개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모든 상담자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되니, 부끄러워하거나 주저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청춘의 법률 고민에 시원한 답변을 내 드리겠습니다. 1979년부터 1998년 사이에 태어나신 분이라면, 누구든 환영입니다. 특별한 양식은 없습니다. 이메일 제목에 을 붙여 주시고, 본문에 나이만 확실히 적어 주시면 됩니다.
★청파동 자취녀의 속사정
Q/ 변호사 언니
제 친구가 학교 앞 하숙에 사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이제 원룸으로 개조할거라고 나가달라고 통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급하게 아무 방이나 구하는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사례가 학교 앞 하숙촌엔 비일비재한 것 같습니다. 저도 2015년도에 살고 있는 하숙집에서 같은 이유로 나와 다른 방을 구했거든요. 하숙은 자취랑 달리 처음 들어갈 때 계약서 같은 것도 작성하지 않고 하숙비도 매달 현금으로 계좌이체 하는데 이런 부분은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아닌지, 아무리 상호간 계약서 작성이 안됐다 해도 일방적으로 방을 나가라는 통보가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닌지 등이 궁금합니다!
양변호사/
저런, 곤란한 상황이 됐군요. 학교 앞 하숙이라고 하면 그래도 최소 한 학기 이상은 다닐 생각으로 계약했겠지요?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단기임대차'가 아니어야 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임차인을 보호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라고 있는데 며칠 시험을 치려고 방을 빌리거나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거든요.
그게 아니라면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요. 방 한 칸이라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임대차 공간이 됩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마찬가지예요. 학생 말대로 돈주고 살고 있는데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쫒아낸다는 거는 말이 안 되죠. 대신에 계좌이체 내역은 챙겨 두세요. 한 달 단위로 하숙비를 계좌이체했다고 하면 임대차계약의 증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자 그러면 무작정 '나가라'는 아주머니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우선 법에서 정한 임대차기간 2년을 주장하며 버틸 수 있어요.
임대차보호법에는 '기간을 정하지 않았거나 2년 미만으로 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을 본다'는 규정이 있어요. 처음에 하숙기간을 얼마로 했나요? 따로 정하지 않았거나 2년 미만이라면 아주머니에게 "법에서 최소 2년은 살라고 했다"고 하세요.
만약 2년이 지났으면 계약이 어떻게 갱신됐는지 살펴 보세요. 예를 들어 기간을 2년으로 했는데 아주머니가 계약기간 끝나기 6개월 전~한달 전까지 아무 말도 안 했다면 다시 계약이 2년으로 연장되는 거예요. 어려운 말로 '묵시의 갱신'이라고 한답니다.
이래저래 따져 봐도 계약기간이 다 끝났더라도 최소 '한 달'을 주장하며 버틸 수 있어요. 만일 아주머니가 '당장 나가라' 고 하면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방을 구하기 위해 최소 한달은 줘야 합니다'라고 하세요.
물론 세상일이 다 법대로 되진 않을 거예요. 그렇게 '2년'을 버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금전적 보상이라도 생각해 보세요. 이를테면 계약기간이 1년인데 아주머니가 6개월만에 나가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볼께요. 그럼 이사비나 방을 새로 구하는데 드는 중개비, 그리고 약간의 위자료 정도는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요. 아주머니가 중간에 계약을 깨서 학생이 손해를 입은 부분이니까요.
법대로는 안되지만, 법을 써먹으면 편한 게 또 세상일이에요.
법을 써먹는 제일 간단한 방법은 바로 '계약서'. 아무리 사소한 계약이라도 꼭 서류로 남기는 버릇을 들이세요. 계약서 알고 보면 별거 아니에요. 하숙을 예로 들어 볼게요. 그냥 A4한 장짜리 종이에 임대인(집주인), 임차인(빌리는 사람) 란에 각자 인적사항을 적고, 월세와 보증금(있으면) 거주기간, 그리고 식사제공 조건 등을 쓰면 됩니다. 그리고 각자 이름을 적고 도장을 찍든가 서명을 하면 됩니다. 두장을 써서 한장씩 나워 가지세요.
만일 아주머니가 하숙비 계좌이체도 안 받고 현금으로 만 받았으면 '임대차관계'를 증명하기가 얼마나 곤란했겠어요. 명심하세요. 법정에서는 계약서 하나가 백마디 말보다 중요하답니다.
그리고 새로 방계약을 할 때도 뭔가 이건 아니다 싶거든 주인아주머니한테 이 말을 꼭 해보세요. 조금 어려운 말이지만, 외워 보세요.
"아주머니, 현행 임대차계약법에 따르면 2년의 거주기간은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 거, 아시죠?"
/양은경·법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