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베네수엘라 국민 100명 중 75명의 체중이 9k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난에 따른 식량부족이 원인이다. 한때 '오일 머니'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유가폭락과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식량은 물론 생필품, 의약품 부족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엘나시오날 등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대학이 지난해 6500가구를 상대로 생활조건을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의 약 75%에서 평균 8.62kg 체중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32.5%는 하루에 한 끼 내지는 두 끼밖에 못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조사(11.3%)보다 약 3배 증가한 수준이다. 또 82%는 빈곤상태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입으로는 음식값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93.3%에 달했다.
부모와 번갈아 가며 식품 배급 줄을 서야 하는 등의 이유로 자녀가 학교에 결석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5%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의 96%를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한때 '오일 머니'로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호령했다. 석유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국내 경제를 지탱하던 베네수엘라는 최근 저유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환투기를 방지하겠다며 달러 환전, 해외 송금 등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이어지는 경제난에 인플레이션은 세자릿수로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약 700%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66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식량 부족 현상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도입한 생산시설 국유화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4년 식품부를 신설한 뒤 농장과 공장을 국유화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사망한 뒤 2014년부터 시작된 유가 급락은 베네수엘라의 식량 위기를 더욱 부채질했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난 때문에 수입에 의존하던 일부 식품 물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군부에 식량의 수입과 공급의 전권을 위임했지만, 군 고위 당국자는 식량 밀거래에 참여하거나 리베이트를 받는 등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식량 부족이 만성화되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이름을 따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개를 비롯한 고양이, 개미핥기 등 식용 가능한 동물의 사체가 시내 곳곳에의 쓰레기통에서 흔히 발견되고 있다.
입력 2017.02.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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