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남성도 여성도 아닌 미국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왼쪽부터 변호사 토비 아담스, 신 페리시, 차르 크로포드, 데이비드 스트래천, 차르의 모친 낸시, 데이비드의 남편 피터.

16일(현지 시간) NBC 방송은 샌프란시스코 법원이 전날 성(性) 정체성을 ‘넌 바이너리’(non-binary)’로 바꾸고 싶다는 데이비드 스트래천(69), 차르 크로포드(32), 신 패리시(34) 등 3명의 청원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의 승인에 따라 이들은 앞으로 각종 서류에 자신의 성을 ‘넌 바이너리’라고 표기할 수 있게 됐다.

‘binary’의 사전적 의미는 ‘2진수의’, ‘두 개의’ 등이다. 성 정체성을 설명할 때는 전통적 의미의 두 가지 성, 즉 남성과 여성을 가리킨다. 따라서 ‘넌 바이너리’는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 3의 성이란 뜻이 된다.

작년 6월 오리건 주 멀트노마 카운티 지방법원이 제이미 슈프(52)의 청원을 받아들여 ‘넌 바이너리’ 표기를 허용하도록 판결한 뒤 관련 청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나 2013년에 성전환 수술을 한 슈프는 자신이 남성이나 여성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성별을 ‘넌 바이너리’로 표시할 수 있도록 법원에 청원했다.

3개월 뒤 새라 켈리 키넌(55)이 작년 9월 캘리포니아 주 산타크루즈 법원으로부터 ‘넌 바이너리’ 표기 승인 판결을 받았다. 그 후 캐머런 우, 레인 에머리 챔벌레인, A.T.푸루야도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서 같은 판결을 받아냈다.

캘리포니아 주 상원 의원 두 명은 ‘넌 바이너리’가 늘자 운전면허증, 출생증명서 등의 공문서에 새로운 성을 표기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지난 1월에 발의했다.

하지만 법이 의회를 통과하고 각 정부 기관의 공문서 양식이 바뀌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넌 바이너리’ 표기 권리를 인정받은 사람들 중 여권이나 운전면허증의 성별 표기를 바꾼 사람은 아직 없다.

뉴질랜드에서는 ‘간성’ 또는 ‘넌 바이너리’ 국민의 여권에 성별을 ‘M’(Male)과 ‘F’(Female)가 아닌 ‘X’로 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