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자연산 송이버섯을 사려고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주부 정모(51)씨는 북한산(産) 송이가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지난가을 가뭄으로 국내산 자연 송이는 지난해보다 1.5배가량 비싸졌고, 중국산을 사기엔 품질이 의심돼 망설이던 차였다. 버섯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한 업체 사장은 정씨에게 "북한산 송이는 1㎏당 10만~15만원으로 국산의 4분의 1 가격이지만 품질은 국내산 송이와 다를 것 없다"며 "얼마나 원하는지 미리 이야기해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 이야기를 듣고 북한산 송이 20개들이 1상자를 주문했다. 업체 사장은 "물건이 들어오는 대로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정씨는 "중국산보다는 같은 땅에서 나고 자란 북한산이 더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 제재 조치인 5·24 조치로 북한산 농수산물 반입이 전면 금지됐지만 북한산이란 이름으로 자연 송이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북한산 송이를 들여온다는 경동시장의 한 상인은 "언제 단속 나올지 몰라 북한산이라고 걸어놓고 팔지는 못하지만 중국산으로 써 붙여놓고 알음알음 판다"고 귀띔했다.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여오는 북한산 송이를 '중국산'으로 위장하는 일이 심심치 않다는 것이다.

시장뿐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북한산 송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탈북민 커뮤니티에서 북한 송이를 구할 수 있는지 문의하자 "얼마나 필요한지 연락하라" "다음 해 나와 계약하자" "최근에 들여왔다고 연락받은 게 있다" 등의 답글이 주르륵 달렸다. 한 게시 글에는 '북한 송이 파는 사람이 인터넷 그룹 채팅방을 만들어 놓았으니 그쪽에 가입해 연락하라'는 댓글도 달렸다. 탈북민들과 연계해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렇게 파는 송이가 진짜 북한산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실정이다. 한 대북 무역업자에 따르면 함북 회령과 청진, 칠보산 등에서 채취한 북한산 송이는 나진·선봉을 통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 인천항으로 보따리상이 들여오는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국산 송이와 섞이거나 중간 유통업자가 저렴한 중국산 송이와 바꿔치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통일부 한 관계자도 "송이를 들여오는 상인들도 원산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수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중에 북한산이라고 판매하는 송이의 진짜 원산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 500상자를 선물하면서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북한산 송이가 국산보다 향과 효능이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개발이 덜 된 북한의 자연 송이가 품질도 좋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다. 하지만 실제 북한산 송이가 국내산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몇몇 경로로 들어온 북한산 송이를 분석한 결과 국내산 송이보다 중국산 송이에 가까운 특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관세청 한 관계자는 "중국을 통해 들여올 때는 5·24 조치를 피하려고 북한산을 중국산으로 위장하고, 국내에 들여와선 북한산이라고 몰래 홍보하느라 난리"라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작년 말부터 북한산 농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홍보와 계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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