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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슈프림(Supreme) 없이 뉴욕 남성복을 말할 수 없다."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 킴 존스가 슈프림과의 협업 때 한 이 말은 현재 패션계에서 슈프림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슈프림은 1994년 미국 뉴욕의 뒷골목에서 출발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다.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는 당시 10대 후반~20대 초반에게 인기 끌던 스케이트 보더용 패션으로 슈프림을 설립했다. 대표 제품은 빨간색 작은 박스 안에 브랜드명 'Supreme'을 넣은 흰색 티셔츠. 일명 '박스로고 티'다.

"절대 대중의 흥미에 맞추지 않겠다"며 철저히 비주류를 추구하던 슈프림이 오히려 대중이 열광하는 브랜드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초기엔 버버리, 루이비통,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의 로고를 무단 도용한 박스로고 티를 선보여 '패션계 무법자'로 악명을 떨쳤다. 그런데 '빵' 터졌다. 한정판의 마력이었다. 빨간색 박스 모양의 슈프림 로고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부터 국내 아웃도어 장비 브랜드 '헬리녹스'까지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컬래버레이션(협업) 제품을 소량 선보였다.

제임스 제비아는 "600개 완판이 가능하다고 해도 난 무조건 400개만 만든다"고 밝혔을 정도로 한정판의 생리를 잘 안다. 매장도 일부러 늘리지 않는다. 현재 슈프림 매장은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4개국에 10개 있을 뿐이다.

슈프림 자체로도 유명해지면서 최근에는 '슈프림은 아무거나 로고 찍어서 팔아도 팔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야외 벤치, 스피커, 권투 장갑 브랜드와도 협업했다. 지난해 9월에는 슈프림 로고를 찍은 붉은 벽돌<사진>까지 나왔다. 벽돌 한 장에 약 4만원인데 매진됐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선 프리미엄이 붙어 4배 이상 가격으로 거래된다. 이 때문에 슈프림 한정판 제품의 재판매로 이득을 노리는 '슈프림 테크'란 말까지 생겨났다.

거부(巨富)가 된 힙합 뮤지션들도 슈프림의 인기에 한몫했다. 제이지, 지드래곤 등 유명 힙합 뮤지션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새로운 럭셔리가 필요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스트리트 감성을 담은 슈프림으로 이어졌다. 평범한 후드 티를 고가로 주고 사는 행위는 아무나 따라 하기 어려운 새로운 럭셔리 패션을 만들어냈다.